인벤, 게임물등급위원회을 찾아가다.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라는 슬로건을 걸고 과거 영상물등급위원회 (영등위) 에서 분리되어 게임물등급위원회 (이하 게임위; 게임위는 약칭으로 게등위가 아닌 게임위라고 불러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가 새롭게 출범한지도 벌써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게임업계 뿐 만 아니라 일반 유저들에게도 게임위라는 기관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심지어는 이용자 증가로 인해 게임위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확장팩: 불타는 성전의 등급 심의 건.


그 이후,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는 FPS 게임 랜드매스와 관련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과 두 차례의 등급 거부 끝에 게임내용을 수정하여 '전체 이용가 판정'을 받은 '오디션'에 이르기까지 게임위는 출범 이후 항상 각종 매체의 기사와 게시판에 수시로 등장하는 유명인사(?)가 되어 왔는데,


인벤은 충정로에 위치한 게임위를 직접 방문하여, 정확하게 출범 5개월이 되는 날에 찾아온 귀중한 손님이라며 반갑게 맞아주던 김기만 게임위 위원장에게 그 동안 게임위가 등급 심의 기관으로서 진행해왔던 일들과 국내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김기만 위원장은 해외 특파원까지 지낸 전직 언론 기자 출신이자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공보 비서관까지 지내면서 대통령의 연설문도 여러 차례 작성한 적이 있다보니, 매우 논리적인 말로 매끄럽게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이어나갔다.




[ 게임물등급위원회, 김기만 위원장 ]





바다이야기 사건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절대로 게임으로 나와서는 안될 것이 시장에 나와 국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끼쳤다. 설령 게임으로 나왔어도 원래 등급대로 시중에 유통되었다면, 사안이 그토록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아케이드 게임물이 불법으로 개조, 변조되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바다 이야기와 관련해서 큰 실수를 범한 것은 관련기관이 국민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체와 달리 바다이야기 사건이 국민들에게 과장되게 알려져 게임 한국의 위상에 심각한 이미지 실추가 있었다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바다이야기 사건을 정확하게 게임 그 자체를 놓고 평가해야 함이 옳은데, 고도의 정치 스캔들로 불거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결국 지금에 와서야 대통령의 조카나 명 모, 문 모와 같은 대통령의 사람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 아닌가. 만일 무언가 사실이 있었다면 기성의 언론들이 그대로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바다이야기 사태를 해결해나가고 그것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게임위가 게임과 도박 (Gambling)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계기가 된 측면도 있다.



[ 게임위가 보관중인 불법 아케이드 게임물 ]




영등위 시절에는 적절한 규제와 총체적인 점검 과정이 없었으며, 규제나 점검, 단속을 할 수 있는 전문성도 부족했다. 현재의 게임위는 양질의 인적 구조를 확립하고, 시스템적으로도 많은 보완을 했으며, 법적인 측면에서도 사행성 게임이 사실상 존재할 수 없도록 보강되었다.


게임위 단속반은 20명은 전문 요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찰과의 합동 수사를 통해 과거 뇌물 수수 의혹을 품게 했던 구조를 탈피하고, 단속시 업주가 그 증거를 없애더라도 서버 기록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사행성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도 겸비했다. 경찰청장이 게임위의 단속 실적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보내오기도 했을 정도이다. 5개월동안 총 84회의 단속을 실시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단속을 나갈 것이다.


헛점이 보이기만 하면 사행요소가 침투할 가능성이 농후한 게임 산업에서는 최소한의 투명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규제는 대표성의 의미를 가지게 되어 사행성 게임이 더 이상 국민들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게임위는 게임의 전문성과 사회적 상식이 융합되는 기관.


불타는성전을 심의할 때, 게임위 홈페이지에 게임등급 심의의원의 평균연령대를 언급하면서, 전문성을 의심하는 의견들을 많이 접했다. 사실 게임위가 게임을 실제로 즐기는 게임매니아와 같은 전문성을 갖출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위에서는 그 컨텐츠 자체를 잣대에 두고 정확한 심의를 진행했었다.


과거 영등위 때는 등급 심의에 있어 3심제를 도입했으나, 인원 부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등급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지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 (영화, 음반 등) 를 동시에 진행했고, 위원들 밑에서 전문적인 테스트와 심의를 일차적으로 수행해야 할 사람들 역시 비자격 아르바이트 생을 활용하는 등 심의의 전문성을 확보할 만한 여건이 아니었으며, 뇌물 사건 등에 연루되면서 심의의 객관성도 담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게임위는 시스템적인 보완을 꾀하고 있으며, 과거와는 달리 '게임'이라는 한 가지 주제만을 등급 심위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경과할수록 심의의원의 전문성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게임산업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성을 갖춰야만 한다. 비단 게임 뿐만 아니라, 음반, 영화와 같은 문화 산업도 전문 기관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게임위에는 19명의 상근직 전문위원이 있다. 전문위원은 각각 분야 게임에 능통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심의에 있어 절대적인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다. 하나의 게임을 전문위원이 세 파트(Part)로 나뉘어 각각 심의하게 되고, 심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전체 전문위원을 대상으로 재심위 과정을 거친다.


그때서야 비로소 구체적인 심의 결과가 사회 각계를 대표하는 9명의 등급 심의 위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9명의 등급 심의 의원은 전문위원으로 전달된 심의 결과를 일반적인 상식기준 (Common Sense)에 놓고 판단하여, 최종적인 등급 판정을 결정하게 된다. 등급 심의 위원을 게임계 인사가 아닌 사람들로 일차적으로 구성한 것은,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심사는 전문위원들을 통해서 해결하고 심의 위원들은 사회적 상식으로 가지고 판단하려 했기 때문이다.



[ 게임위에서 격월간으로 발간하는 잡지, 게임We ]




비유해보자면, 마치 법률 비전문가이지만 사회적 상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는 미국의 배심원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 심의 위원 또한 전문성 확보를 위해 6명의 게임 전문가를 추가로 보강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만약에 등급 판정에 대해서 심의를 신청한 업체가 이견을 제시할 경우 해당 게임의 심의를 진행한 게임위 위원들은 완전히 배제된 채, '등급 재분류 자문위원'이라는 42명의 전문가들이 심의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게 된다. 업체 또한 심의에 참여해서 직접 변론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에이트릭스 같은 경우 게임위는 12세 이용가를 판정했으나, 해당 게임사의 요청으로 등급 재분류 심의를 거쳐 전체 이용가 등급을 획득했다.


랜드매스는 해당 업체에서 원래부터 청소년불가 신청을 한 경우고 추후 이용 등급을 낮추어 신청했을 때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어 연령 등급을 낮춘 경우이다. 페이퍼맨은 해당 업체에서는 15세 이상 이용가로 신청했으나, 게임위 심의 결과 12세 이용가로 판정한 경우다.



[ 랜드매스는 애초에 게임사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신청했다고 ... ]




항간에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업체가 신청한 등급"과 "심의 기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 동안의 심의 결과를 통계적으로 살펴봐도 업체가 낸 등급과 심의 결과가 다르게 판정된 경우는 5% 미만이다.


과거 영등위 시절에는 게임 등급 심의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설명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현재는 그런 요소를 없애고 전문성을 확보하여 업계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등급부여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임위의 심의 이후 게임위의 심의의 불투명성이나 비예측성에 대해서 업계의 불만이 나온 일은 없지 않은가.



게임위는 군림하는 기관이 아닌 봉사하는 기관.


최근에 등급 판정을 받은 오디션의 경우에는 등급 심의 신청서와 실제 게임 내용이 달랐으며, 실제 게임 내용이 사행성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판단에 등급 거부 판정을 내렸다. 그 후 해당 업체가 게임 내용을 수정해서 재심의 신청을 냈으며, 심의 의원의 만장일치로 전체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불타는 성전의 심의에 있어서도 실제로 많은 로비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위는 로비와 외부의 압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오직 게임 안의 컨텐츠만을 보고 심의 등급을 판단한다. 위에서 언급한 전문위원의 심의 과정에 나를 비롯한 게임위의 어떤 직원도 관여할 수가 없는 구조다.


외산 게임이라고 혹은 국내 게임이라고 심의 과정을 단축, 연장할 수도 없으며, 오직 심의를 제출한 날짜에 따라서 차례대로 심의과정을 거칠 뿐이다.


온라인 게임을 비롯해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게임들이 여러 장르가 혼합되고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현재의 게임위 심의 위원들이 등급 판정에 있어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 김기만 위원장의 책상 위는 게임관련 서적들로 한 가득하다. ]




때문에, 첨단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특별위원회'를 조직하고 5월 중순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급 심의 전산망을 구축하여, 정확하고 투명한 등급 심의를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게임위는 규제만을 목표로 하거나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이다.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온라인 게임의 패치 심의도 업계 관계자들과 직접 논의해서 구체적인 패치 심의 규정을 확립했다. 이전에도 패치 심의 관련 규정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사문화된 조항이 되어 버렸는데, 게임위는 이것을 되살리되 업계의 불편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금도 업계와 계속해서 상의를 하고 있다.




게임위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월요포럼이라는 자리를 통해 매주 월요일마다 업계 관계자들과 직접 포럼을 진행하며 업계친화적 기관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또 미래에는 게임 등급 심의 연구소를 개설하여 게임에 대한 실제 전문성을 갖춘 게임위가 국회 또는 정부에 다양한 게임 관련 정책들을 제의하려고 한다.


최소한의 투명한 규제는 그 자체가 게임산업을 진흥시킨다고 생각하며, 바로 그 것이 게임위가 국내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서 해야할 제 역할일 것이다. 규제라고 해서 무조건 안좋은 것이 아니다. 스포츠 경기도 적정한 수의 심판이 있어야만 게임이 잘 진행될 수 있듯이, 게임위가 투명하고도 공정한 룰의 확립과 적용을 유지해 나간다면 그 자체가 바로 또 하나의 진흥책으로 작용을 할 것이라고 본다.



☞ 게임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 바로가기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