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전인 2005년 8월 말, 당시 (주)그라비티의 김정률 회장이 4천억원에 (주)그라비티의 지분 52.4 %를 매각하여 세간에 큰 화제를 몰고 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사태의 전개는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주)그라비티는 김정률 전 회장의 횡령을 문제삼아 기존의 경영진을 대폭 교체했을 뿐더러, 김정률 전 회장에 대한 형사 고소까지 진행했었고, 또한 이로 인해 (주)그라비티의 소액주주들은 "그라비티를 대주주인 겅호온라인 엔터테인먼트에 헐값에 넘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매각 이후 1년, 오랜 침묵을 깨고 싸이칸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의 회장으로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낸 김정률 회장이, 광고 모델로 섭외한 효도르와의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지난 1년간의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 매출에서 누락된 600 만불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


그라비티에서 김정률 회장을 고소한 사유는 바로 600 만불에 대한 횡령 혐의. 그러나 김정률 회장은 기자 회견장에서 이것은 그라비티의 인수자인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도 그 사유를 알고 있었고 또한 협조를 한 사안임에도, 그간 형사 고소 등을 진행하고 언론에 계속해서 자료를 뿌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2000 년 4월 설립된 그라비티는 2002년까지 계속 적자상태였는데, 2002년 8월 라그나로크의 상용화를 앞두고 2개의 업체에서 자금 지원을 제안받았다고 한다. 이때 자금 지원의 조건은 매출액중 50%를 먼저 자금을 지원한 회사에 갚고 나머지 50%를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는 조건.


매출액의 50% 라는 자금으로는 회사의 운영이 어려워 고민하던 중, 한 임원의 제안으로 자금의 누락 등의 방법을 통해 운영비를 확보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고 이로 인해 누락된 매출액이 총 600 만불이었다. 김정률 회장이 밝힌 바에 따르자면, 이중 200 만불은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에서 들어온 자금이며, 겅호에게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고 겅호 역시 김정률 회장의 뜻대로 입금을 처리했다고 한다.


즉, 지금에 와서 "그때 보낸 200만 불이 매출로 잡힌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며, 기자회견장에서 김정률 회장은 "이 사실에 대해 하늘에 두고 거짓이 없다는 것을 맹세할 수 있다"고 강경한 어조로 밝히기도 했다.


☞ 관련 기사보기: 그라비티, 김정률 전 회장 형사 고소 (2006. 1. 23)







■ 매각 과정에서 이 사실에 대한 협의는 있었을까 ?


매각 과정은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김정률 회장 2인의 단독 면담으로 진행되어 외부에서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데, 최초에 김정률 회장이 제안한 가격은 1조원.


당시 겅호 온라인의 매출의 99%가 라그나로크로 발생되고 있었으며, 겅호의 시가 총액은 3조 5천억원 가량. 더군다나 당시 그라비티의 현금 보유액이 1천 3백억 가량에다가 매각 협상이 진행될 즈음 일본의 다른 업체로부터 라그나로크 판권이나 그라비티 인수에 대한 제의가 들어온 상황이기도 했고, 겅호의 존재 기반 자체가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였기에, 이만한 가격을 불렀다는 것이 김정률 회장의 설명이다.


결국 4천억원으로 최종 결정되었지만, 회사 매각을 진행할 당시 만일 2002년도의 600 만불을 가지고 나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면 팔지 않을 것이라고 사전에 이야기하기도 했고, 또 계약시 해당 사건에 대한 면책 조항을 넣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과거의 일이고, 나스닥까지 상장되었지만 회계 감사에서 모두 클리어하게 지나간 마당에 굳이 과거의 일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겠느냐는 조언에 따라 이 조항을 넣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이 사건이 김정률 회장에 대한 그라비티의 고소 등의 주요한 근거가 된 셈으로, "손정의 회장이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거짓말을 하는 사람일 줄은 미처 몰랐었다"며 기자회견장에서 소회하기도 했다.



■ 검찰에 가서 자수, 그리고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매각 직후 개최된 동경 게임쇼에서 600 만불 등의 사건을 이유로 감사를 실시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 당시 김정률 회장은 손정의 회장의 동생을 만나 매각 당시 약속한 것도 있고 하니 더 이상 확대하지 말라는 요청을 한 뒤 한국에 돌아왔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오고 나니 갈수록 사건이 확대되고 있어서 일단 그동안의 이자를 포함해서 78억 2천 5백만원을 그라비티의 통장에 입금을 시켰다고 한다. 이것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그라비티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와, 결국 2005년 10월 김정률 회장은 검찰에 가서 먼저 자수를 했고 총 4개월 동안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 당시 그라비티에서는 조사에 협조를 해주면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해와 최대한 조사에 협조를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형사 고소와 수백억원대의 가압류였다고. 그 당시 그라비티의 진술서를 보면, 회사에서 빼돌린 공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하는 등 무고한 사실까지 기재하여 자신을 끝까지 옭아매려 했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이야기였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소식을 내기도 하고 미국의 증권 감독원이 그라비티를 조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한다는 등의 자료를 지속적으로 배포한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느꼈다고도 한다.


검찰 조사 이후 김정률 회장 역시 나름대로의 반격을 준비했지만, 그 와중에 중재에 나선 것은 그라비티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기관투자가들. 결국 합의가 성립되어 그 과정에 그라비티가 사용한 금액에 대한 보상조로 50 억원을 추가로 지급해주면서 최종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 앙금은 그대로, 여전히 현재 진행형 ?


그러나 합의가 성립되었음에도, 현재 재수사를 다시 요청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며, 다시 한번 현 그라비티 경영진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그간 소액 주주들의 모임을 자신이 뒤에서 조종했다거나, 윤웅진 대표이사의 그라비티에 대한 고소를 자신이 뒤에서 부추겼다거나 하는 소문에 대해서도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김정률 회장이 밝힌 내용에 따르자면, 매각 과정에서 현 경영진의 유임을 수차례 이야기했고 겅호쪽도 그에 대해 수긍을 하여 적어도 일이년간은 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매각 직후 거의 모든 경영진들이 쫓겨나다시피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김정률 회장이 밝힌 한가지 비화는 바로 윤웅진 대표에 관한 것. 당시 윤웅진 대표가 회사에서 J 일보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퇴직 시에 이는 개인이 신청한 거라며 신문 구독 대금을 납부하라고 하여 윤웅진 대표가 퇴사하면서 신문 구독 대금 몇만원을 회사에 납부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자신이 회사를 매각한 이후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적자로 전환되고 개발 프로젝트들이 지연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이미지가 하락하는 것에 대해, 회사의 창업자로서의 안타까움을 술회하기도 했으며, 더 할 이야기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할 때가 아니라며 말을 줄이기도 했다.


또한 현재 자신이 싸이칸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게임계에 복귀한 것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좌절하지 않고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해온 사람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저런 오해들이 있을 것이지만 그간 해왔던 것처럼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매각 직후인 2005년 9월, 기자 간담회에서 답변하는 (전) 그라비티 윤웅진 대표이사 ]



◈ 페이퍼맨의 경우, 완전히 판권을 획득한 것인가?


싸이칸이 판권을 가지고 있다. 해약도 아니고 추진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가 내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끝낸 것이다. 원래 그라비티가 페이퍼맨의 판권에 따라 지불한 금액은 2억인데, 각종 부대 비용을 합해서 3억 1천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이야기해서 총 5억 1천만원을 그라비티에 지불하고 완전하게 획득해왔다. 이제는 아주 클리어하다.



◈ 겅호에서 형사 고소 등 김정률 회장에 대해 공격을 한 이유가 무어라고 생각하는가?


매각 당시 손정의 회장한테 들은 바로는, 겅호와 그라비티를 합병할 것이며, 한국에 신규 회사를 설립한 이후에 그라비티의 자산을 매각, 이동시키면서 합병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1년간 있었던 일들은 기자들이 잘 알것인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구체적으로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니 이해를 바란다.



◈ 돌이켜볼 때, 1년전의 매각을 후회하는지 궁금하다.


후회하지 않는다. 잘 팔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정도의 가격이면 충분히 팔만하지 않는가? (웃음) 일각에서는 외국에 팔았다는 이유로 매국노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국내의 잘 나가는 상장사들이나 일부 은행의 경우 해외 지분이 과반수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고 심지어 어떤 은행의 경우 85%에 달하지도 않는가.



◈ 이번 동경 게임쇼에 출품하는가?


총 6개의 게임을 들고 나갈 계획이며, 64개 부스의 메이저 규모로 참가한다. 이 외에도 MMORPG 게임이 하나 있지만 아직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이것은 내년쯤에나 공개를 생각하고 있다.



◈ 싸이칸의 경우 국내와 국외의 비중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국내 사업보다는 해외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 일본의 게임사를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일본의 비디오 게임 개발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라그나로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Ons Source Multi Use 를 싸이칸에서도 실현시켜보고 싶다.



◈ 해외가 주 타겟이라면 기존의 해외 연결 라인을 그대로 활용할 것인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각 케이스별로 다르지 않겠는가. 일본의 경우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직배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 싸이칸의 상장도 고려하고 있는가 ?


물론 관심은 있다. 하지만 먼 후일의 이야기이다.



◈ 콜롬비아 영화사와 영화 제작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가 그라비티에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추진된 내용이 없었고, 현재는 모두 종결된 사안이다.



◈ 로시오에서 싸이칸으로 많은 직원이 이전했는데...


로시오는 원래 직원 자체가 많지 않았다. 또한 싸이칸이 로시오의 모든 자산을 이미 인수했다.



◈ 국내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전망을 듣고 싶다


아케이드의 경우 떠난지가 오래되어 잘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리 밝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바다이야기로 시끄러운데 대만에서도 15년 전에 이런 경우가 있었다. 결국 국가에서 게임기를 모조리 사버리는 강수를 두었다. 후에 다시 부활되었지만, 이미 사행성 맛을 보았기 때문에 결국 모두 사행성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의 경우 여전히 그 미래가 밝고 팽창하는 시장이다. 특히 국내보다는 해외가 더욱 유망한 시장이라고 본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