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브루마블, 모노폴리.
사진은 모노폴리 트랜스포머 판 ]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갔으며, 룰은 그때그때 만드는 것이다라는 모토 아래 어렸을 때 그 누구나 즐겼던 그 게임.
며칠 전 예비군 훈련을 가서 사병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예비군 기자 : "아직 브루마블이랑 모노폴리 몰래 숨겨서 하십니까요?~"
일병 조교 : "내무실에 XBOX 360 있는데요... -_-;"
(요즘 군대는 지휘관의 허락 하에 집에 있는 게임기기를 내무실에 가져와서 여가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증명샷을 찍어오고 싶었으나 핸드폰을 뺏기는 바람에!!!!)
2008 이란 숫자가 아직까지 실감은 안되지만, 재미있게 했던 게임들은 기억 속 저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런 추억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싶어서 문득문득 억지로 생각해 내곤 하는데, 옛날에 해 본 게임들 중.. 원숭이 섬의 비밀, 인디아나존스 아틸란티스, 삼국지2 등등..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몰래 몰래 했던 게임들에 대한 기억은 요즘처럼 스크린샷키만 누르면 언제든 기록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했었다.
기자가 '시드마이어'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중학생이었을 때라고 기억한다.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밤새 놀고 오는 게 유행이었을 시절(1박! 2일~) 친구가 모노폴리와 비슷한 게임이 컴퓨터로 나왔는데 너무 재미있다며 같이하자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러 오라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놈이 정작 놀러 가서는 아무것도 안하고 (기자를 부모님께 잔소리 안들을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밤새 모니터만 바라보고 열광했던 게임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시드마이어의 문명 2'였다.
그 당시 대체 이 사람이 얼마나 유명하길래 게임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냐고 반박했었지만, 아무런 대꾸도 안하고 게임만 하고 있는 친구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던 웃지 못할 추억이 있었다.
하지만 대학생 시절 나도 모르게 시드마이어의 정품 게임을 다수 가지고 있고, 문명3 리미티드 에디션을 2개나 가지고 있으며, 중학생 시절 친구와 똑같이 며칠 밤을 새면서 문명3를 플레이 했던 기자의 지난 모습을 회상하면서 여전히 쓴웃음을 짓곤 한다.
보통 세계 3대 개발자를 말하라면, 리차드 게리엇, 피터 몰리뉴와 함께 이름이 불려지는 시드마이어.
자신감에 넘치는 듯 게임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걸었지만, 그 이름을 걸기까지 꽤나 부끄럼을 탔던 그는 과연 누구일까?
1. 보드게임을 좋아했던 평범했던 어린 시절
1954년 미시건 주의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그는 지구의 역사, 각종 항공기와 탈 것들 그리고 해적을 특히 좋아하였는데, 이런 자신의 취미들을 역사부분은 '문명'으로, 항공기는 게임 개발초기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으로, 해적은 '해적'이란 타이틀을 세 번이나 리메이크해서 발매할 정도로 모든 게임에 구현하였으니, 떡잎부터 '난 내가 좋아했던 걸 게임으로 만들 거야'라고 써있는 듯 했다.
만약 조금만 늦게 태어나서 그가 피규어를 좋아했다면 온 방안을 피규어로 채워 놓았을 오타쿠 기질이 뻔히 보이는 느낌이 오는 인물이였다. 시대는 비록 그를 도와주진 않았겠지만, (사실 이런 환경이 다른 미국 아이들과 같은 평범한 시절을 보내게 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좋아하고 모노폴리에 심취했던 그였기에 후세에 길이 남을 문명이란 게임 개발의 시작이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자신의 취미를 전공까지 살려 미시건 대학에서 역사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제너럴 인스트루먼트라는 회사 취직하여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게 된다.
2. 공군 대령 빌 스텔리와의 인연
펜타곤에서 근무하던 조종사인 빌 스텔리와 제너럴 인스트루먼트에서 일하던 시드마이어가 어떻게 만났는지는 역시나 인연의 끈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시드마이어는 컴퓨터 관련 컨퍼런스로 참가했는데 빌 스텔리도 그곳에 참가하여 서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비행기를 좋아했던 시드마이어에게 공군 대령 스텔리는 분명 흥미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스텔리는 시드마이어가 신기해 하는 비행기 이야기를 하며 서로 친해질 무렵, 쌩뚱한 우리의 시드마이어는 비행기를 소재로 한 '레드 바론'이라는 게임을 알려주면서 감히 현직 조종사에게 도발의 일격을 날린 것이다.
누구나 현직 조종사의 월등한 우승을 점쳤지만, 결과는 게임의 패턴을 분석하고 파악한 시드마이어가 스텔리보다 월등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스텔리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면서 시드마이어에게 컴퓨터 게임 패턴분석과 공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더욱 더 친해지게 되었고, 이 둘은 후에 개발자와 경영자의 역할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3. 공군 조종사와 컴퓨터 공학자가 게임을 만들다.
시드마이어는 이에 멈추지 않고 내가 1주일의 시간이 있다면 이 '레드 바론'보다 더욱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수위 높은 뻥(?)을 치니, 군대에서 할 만큼 해먹은 스텔리는 당연히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정된 직장이 있는 시드마이어가 자신이 평생 취미로만 생각했던 게임에 인생을 투자하기에는 무리수가 있었고, 수 많은 거절을 하였지만 스텔리의 끈질긴 설득에 의해 1500달러로 마이크로포즈(MicroPorse)라는 회사를 회사와 국가 몰래 설립하게 된다. (투잡을 위한 탁월한 선택인 것!)
1주일 만에라는 뻥(?)은 있었지만 이 시기에 시드마이어는 불과 1, 2년 만에 엄청난 수의 군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쏟아내게 된다.
■ 빌 스텔리와 함께했을 시절 초창기 2년 간 쏟아진 타이틀들 - Conflict in Vietnam (1986), MicroProse Software, Inc. - Gunship (1986), MicroProse Software, Inc. - Acrojet (1985), U.S. Gold Ltd. - Crusade in Europe (1985), MicroProse Software, Inc. - Decision in the Desert (1985), MicroProse Software, Inc. - F-15 Strike Eagle (1985), MicroProse Software, Inc. - Silent Service (1985), MicroProse Software, Inc. - Solo Flight (1985), MicroProse Software, Inc. - NATO Commander (1984), MicroProse Software, Inc. - Spitfire Ace (1984), MicroProse Software, Inc. |
전투기 조종사이자, 훌륭한 경영자였던 빌 스텔리의 활약 또한 대단하였고 둘은 환상의 콤비였다.
4. 개발자의 이름을 타이틀에 걸다.
경영자였던 빌 스텔리는 마이크로포즈의 이윤을 극대화 시키기위해 노력하였으며, 게임개발자로 입지를 착실하게 쌓아가던 시드마이어에게 게임 타이틀 앞에 [시드마이어's]라는 이름을 붙여 네임 밸류를 극대화 할 것을 제안하지만 시드마이어는 그런 부분을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자신이 어릴 때 좋아했던 해적에 관련된 게임을 만들었을 때만큼은 스텔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첫 시드마이어의 해적(Sid Meier's Pirates)이라는 타이틀이 탄생하게 된다.
시드마이어는 자신이 정말 애착을 가지고 만든 게임에만 이 타이틀을 붙였다고 하니, 자신의 이름을 건 만큼 혼을 담을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했음을 엿볼 수 있다.
5. 시드마이어. 어린 시절의 꿈들을 이룩하다 - 문명의 탄생
'해적'으로 자신만의 타이틀을 가지게 된 시드마이어는 스텔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말 만들고 싶었던 게임인 모노폴리의 세계를 컴퓨터에 반영한 게임을 만들고자 생각했다. 단지 모노폴리처럼 단순한 보드게임이 아닌 지구의 방대한 역사를 포함하면서 모노폴리의 재미까지 포함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전쟁물을 다룬 시뮬레이션 게임과 액션, 아케이드 게임이 성공의 주류를 이루던 시절 시드마이어 주변 인물들은 문명이라는 게임의 개발을 계속해서 반대하였다고 한다. '모노폴리와 같은 게임을 컴퓨터에 옮겨서 어떤 변화가 있느냐?'라는 비관적인 관점들이 시드마이어를 괴롭혔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건 첫 타이틀이 나온 후 4년 만에 게임계의 운명을 바꾼 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이 문명이란 게임 하나로 시드마이어는 세계최고의 게임 개발자로 거듭나게 되고, CNN에서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되면서 그 진가는 전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6. 파이락시스(Firaxis) - 개발을 위한 기틀을 마련
승승장구하던 시드마이어에게도 위험의 순간이 있었는데, 문명이란 타이틀로 엄청난 성공과 명성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마이크로포즈는 1991년 이후 재정난을 겪게 된다. 그 이유는 스텔리의 경영문제. 스텔리는 무리하게 회사 확장을 시도하였고 그로 인해 자금난을 겪게 되었다. 결국 시드마이어에게 확고한 게임 개발의 기반을 마련해 주겠다던 스텔리의 약속은 의미가 퇴색해버렸고, 시드마이어는 게임개발만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파이락시스(Firaxis)이다.
마이크로포즈의 동료였던 제프 브릭스(Jeff Briggs)를 경영자로 하여 설립된 이 스튜디오는 시드마이어의 생각과 일치하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몰두할 수 있는 스튜디오' 그 자체였다.
다시 게임 개발만을 위해 몰두할 수 있게 한 파이락시스를 통해 1996년 문명2(Civilization II), 1997년 게티스버그(Gettysburg!), 1999년 문명을 우주로! 라는 모토아래 제작된 알파센타우리(Alpha Centauri)라는 대작들을 연달아 제작하게 된다.
1996년 출시된 문명2의 경우는 문명1에서 하드웨어적인 문제로 이루지 못했던 부분들을 완벽하게 재현함으로써 문명 시리즈 중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게임이기도 했다.
더 나아가 2001년 출시된 문명3의 경우 밀레니엄 시대에 걸맞게 그 당시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그래픽과 함께 가장 완벽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2년, 3년이 지난 후 2개의 확장팩 문명3 - 플레이 더 월드(Sid Meier's Civilization III: P.T.W (2002), 문명3 - 정복(Sid Meier's Civilization III: Conquests (2003), 문명3 - 완전판(Civilization III: Complete)으로 계속적인 사랑을 받아 왔다.
문명 3의 수상 목록은 너무 많아서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이며, 주요 수상 경력은 다음과 같다.
■ 시드마이어가 문명3로 수상한 주요 내역 Strategy Game of the Year 2001 Game of the Year 2001 Strategy Game of the Year Editor's Choice (5/5 stars) Editor's Choice (5/5 stars) Reader's Choice: Best Single-Player Strategy Game of 2001 Best Single-Player Strategy Game of 2001 Best Games of 2001 (#3) Editor's Choice: Top E3 Games of 2001 PC Strategy Game of the Year Editor's Choice (92%) 2002 World Class Awards - Best Game PC Game of the Year - Honorable Mention Critic's Pick |
7. 역사에 길이 남을 게임 개발자.
아마도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연령대의 게이머라면 문명2나 문명3를 통해 수많은 밤을 지새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명1로 그리하신 형님들이 계시다면 일동 묵념!) 1996년에 나온 문명2는 문명1보다 확실하게 발전된 그래픽과 더욱 더 사실적인 역사로 수많은 유저들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문명에 빠져들게 했던 장본인이었으며, 문명3, 문명4로 자신이 꿈꿔왔던 게임관을 완벽하게 구현하였기에 그 평가는 더욱 더 빛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했던 역사를 '문명' 시리즈로, 자신이 동경했던 해적을 '해적'이라는 몇 번이나 리메이크하면서 애착을 과시하였다는 점에서만큼은 어떤 화려한 수식어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개발자임에 틀림없다.
■ 시드 마이어 (Sid Meier)가 사회에서 얻은 명예 |
위와 같은 화려한 수상경력을 뒤로하고서도 기자가 시드마이어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자신이 좋아하고 유저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환갑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개발자로써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는것이 아닐까?
■ 시드마이어가 제작한 주요작품 |
자료참고
네이버 검색 & 게임박물관 카페 (www.naver.com)
구글 검색 (www.google.com)
위키피디아 (www.wikipedia.org)
Wiki(파이락시스) (en.wikipedia.org/wiki/Firaxis_Games)
Wiki(인포그램즈) (en.wikipedia.org/wiki/Infogrames)
아타리 공식 홈페이지 (atari.com)
문명3 공식 홈페이지 (www.civ3.com)
문명4 공식 홈페이지 (www.civ4.com)
문명3 리미티드 에디션 동영상
문명3로 오랫만에 밤을 샌 Inven 채성호 기자
(desk@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