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이는 까야 제 맛이란다. 이런 주장은 게임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명 '복돌이'는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지 않고 불법복사를 통해 이용하는 유저 혹은 불법복사물을 판매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네이버포탈 오픈사전에 누군가가 친절하게 정리해 놓기도 했다.
물론, 이런 행위 자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누군가의 노력을 아무런 대가 없이 불법으로 사용 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변명의 여지가 없다. 쉽게 말해 도둑질은 그 대상과 목적이 어떻든 잘못된 행위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법률 또한 저작권 내지는 지적재산권을 무단으로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발각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오픈사전에 달린 댓글들은 우리의 서글픈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준다. '복돌이 나라', '우리나라 국민 중 10에 7명이 복돌이 같다.' 사실, 조금만 우리 주위를 들러봐도 이와 같은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뿐더러, 실제로도 그런 댓글에 어떠한 반론도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컴퓨터 혹은 휴대기기만 있으면, 영화, 음악, 게임, 드라마를 거의 공짜로 다운로드 받아 보는 세상이다. 그 동안 저작권이 무시되어 온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몇몇 큼직한 사건들도 발생했지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뿌리 깊게 스며든 ‘복돌이’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P2P와 초고속 인터넷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괜찮겠지. 다들 그러는데.'라는 암묵적인 합의 하에 원 저작자의 권리가 무시되고, 불법복사가 일반화된 사회. 부끄럽지만 이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복돌이를 까자'라는 주장에는 지속적으로 불법복사가 위법적이고, 비양심적인 행위임을 '비난'을 통해 일깨워주면 언제 가는 반성하고 정품유저로 재탄생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어느 정도 담긴 듯 하다. 여기에는 복돌이 문제가 오직 '개인의 양심’에 기반한 것이라는 인식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그 의도야 어떻든 간에, 댓글처럼 국민의 70%가 복돌이라는 가정 하에서 원래 전달하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실제로 그에 대한 반응에 '가식적이다, 저만 잘났다'라는 비아냥이 섞여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불법복제와 복돌이 문제는 개인의 양심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우리사회에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이미 말했듯 '암묵적인 합의 하'에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정말 해결하고자 한다면, 복돌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게임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맡은 게임매체와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라면 더욱 조심이 다뤄야 한다. '복돌이는 까야 제맛'이라는 논리를 대외적인 경로로 주장하는 것은 아예 자포자기하고 같이 시궁창에서 뒹굴자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여서다.
게임시장 붕괴? 불법복제가 지극히 위험한 이유
사실 게임만을 바라볼 때, 불법복제의 악영향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문제 중에 하나가 PC, 콘솔 패키지 시장의 붕괴다. 이미 국내 패키지 개발사는 손에 꼽을 정도며, 국내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도 지난 수 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A, THQ 같은 대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이 손을 털고 완전히 국내시장을 떠나버렸다. 수년 전 어스토니시아 같은 국산 패키지도 10만 장 이상이 판매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만장만 팔려도 대박이라고 유통사에서 랜파티를 열어줄 정도니 할말 다했다. 이는 엄연한 현실이며, 정품사용자가 '복돌이'들을 비난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근거가 된다. '왜 정발이 안나오는 줄 알아?', '왜 한글화가 안되는 줄 알아?'. 다 맞는 말이다.
[관련기사, 07년 5월 25일] C&C3, 만장 판매 기념 랜파티 열려
하지만, 불법복제는 우리사회에 단순히 특정 시장의 붕괴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치명적인 악영향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생산되는 컨텐츠에 대한 가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평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경향이 어른, 아이 할 것이 없이 전 연령대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초등학교 교실에 가보면 닌텐도 DS가 없는 아이가 거의 없다고 하지만, R4라고 불리는 불법구동칩도 마찬가지로 꼭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각 가정에서는 최신 해외 드라마를 각종 웹하드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다운로드 받아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고 있다. 지하철에서는 휴대기기를 통해 출처가 불분명한 동영상 파일을 시청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우리 주변에서 게임 하나의 가격은 웹하드에서 다운로드 받는 비용인 100원 안팎이며, 그게 영화가 되었든 음악이 되었든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컨텐츠가 지닌 퀄리티는 별개의 문제다. 오로지 컨텐츠가 담긴 파일의 크기만이 가격을 매기는 척도가 된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쉽게 얻는 것은 물론 버리기도 쉽다. 100원, 200원이야 테스트 비용이거나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렇기에 해당 컨텐츠를 깊게 즐기는 경우도 별로 없다. 본격적인 플레이 전에 무언가 배울게 많아 귀찮다면 단지 패스하면 그만이다. 그게 아니라도 다른 게임은 하드디스크에 널려있다. 어차피 공짜나 마찬가지니까 해당 컨텐츠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고, 수박 겉핡기식의 접근 방식이 있을 뿐이다. 이렇기에 제대로된 소비자 비평은 나오기 어렵고, 그런 문화 조차 생성될 리가 없다. 인터넷 상에 널려 있는 수 많은 유저 리뷰 중에 한 줄, 두 줄 식의, 감상평이라고 보기도 힘든 글들이 대다수인 것도 그 때문이다.
초등학생과 연세가 지긋한 부모님까지,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개념이 아직 확립되있지 않은 대상들까지 자기도 모르게 복돌이화 되어 가고 있고, 이것은 곧,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닌텐도같은 것들을 만들라'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많은 사람들이 콧웃음을 쳤던 것도 불법복제로 인해 디지털 컨텐츠가 경시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국민 대다수가 이미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피땀 흘려 만든 컨텐츠가 100원, 200원에 심지어는 20,30원에 팔려나간다. ]
어떠한 게임이라도 직접 플레이 해보면, 그것이 퀄리티가 어떠하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것이 게임이 아니라, 영화, 음악이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가치는 100원 남짓에 불과하다.
그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즐길거리'라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에서 책임감과 주체 의식을 갖고 이런 위험천만한 일에 뛰어들 용기있는 사람이 몇이나 나오겠는가? 설령, 인생을 다 받쳐 닌텐도에 필적하는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도 그에 따른 부와 명예를 얻기 보다는 불법복사로 인해 공유사이트에 버젓이 등장할 가능성이 훨씬 큰데 말이다.
현재 전 세계 경제산업을 선도하는 디지컬 컨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적극 생산해 내지 못한다면 영원한 문화후진국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불법복제를 타파하고 저작권과 지적재산권을 올바르게 정립시켜 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각 개인의 양심에 근거한' 비난과 비판만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그 주장은 곧 우리 국민 '대다수'가 양심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것이 사실이라 한들, 그 안에서 도대체 무슨 해결법을 찾겠는가 말이다.
■ 이명박 대통령의 '닌텐도' 발언에 대한 일본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2CH 유저들의 반응 ID:i0DvhxQh 무리겠지 ID:dU3sQFm0 무리 ID:uyoj/h+U 한편, 중국은 Vii(Wii의 짝퉁)을 발매했다 ID:g4C+o6Z8 한국 시간으로 10년이 지나도, 무리일 거다. 무리 ID:UEPCbt6B 제대로 소프트웨어에 돈을 낸다고 한다는 의식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으니까 ID:KS4qC5ha 게임기는 개발하는게 그렇게 대단한가? 삼성이나 LG와 같은 일류의 대기업이라면 간단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ID:DYGjoVNN 먼저 정규품을 사는 예의범절을 가르치지 않으면 ㅋ ID:Z7oyf67s 한국인의 능력으론 무리겠지... ID:0At9Iauv 한국은 돈을 지불하지 않는 문화니까, 무리. ID:3xT4dFA0 한국은 일본과 달리 PC게임이 우수하다 ID:O8WMk8aS 불법 복사를 격감시키고 나서 말해라. ID:8RMiEDzY NHK조차 조선은 불법 복사가 많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이 발달하고 있다고 했었지 하드도 소프트도 개발은 무리겠지 ID:paXhXhBC 게임기를 만들어 봤자 국내에서 소프트를 만드는 곳은 없겠지 어차피 불법 복사 되기 때문에 |
복돌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사회구조적인 문제.
최근 7명을 무참하게 살해한 강호순 때문에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의 일종으로 일반적인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강호순을 이런 사이코패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금까지 저지른 죄가 강호순이라는 인간 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하지만,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와 같은 분석이 사람은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발전하고 변화하는 존재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텐데, 치열한 경쟁 자본주의 사회가 소통의 부재를 낳고 결국 그들을 잉태한 것은 아니냐는 반성과 함께 사회정책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이코패스를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면 우리가 그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불법복제와 복돌이 문제도 다를 게 없다. 원래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양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규정해버리면 우리는 작금의 우울한 상황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볼 수 밖에 없다.
불법복제를 도둑질에 비유한다면, 왜 도둑질을 했냐고 추궁만을 할 게 아니라, 도둑질을 마음껏 하고, 도둑질한 물건을 헐값에 사용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사회구조를 비판하고, 개선해야 함이 옳다.
우리나라는 70,80년 대를 거치면서 급격한 산업 발전을 이루었지만, 문화, 복지 같은 다른 영역에서는 그러지 못해 수많은 부작용을 겪었다. 애초에 불법복제가 시작된 것도 그런 부작용의 일부분이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채 사회에 통용되기도 전에 불법복사본은 엄연히 정품 인양 유통되었고, 소비자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불법복제 방지차원에서 제작사들이 만들었던 암호판이 그대로 인쇄되어 독자들을 위해(?) 잡지 부록에 실리고, 광고란에는 불법복사물이 마치 정품인양 각각의 가격이 천원, 이천원으로 표시된 채 팔려나갔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몇 몇 회사의 노력으로 정품소프트웨어가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했고,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서 각계 각층의 노력으로 올바른 소비 문화가 정착되는 듯 했지만, P2P와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 오프라인 게임매체들의 무분별한 번들게임 경쟁, 그리고 해외대작을 그대로 뺏겨내면서도 버그와 졸작만을 생산하는 일부 국내 제작사들의 만행으로 인해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채 완성되기도 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으며, 때마침 리니지를 기점으로 시작된 온라인 게임이 크게 유행하면서 남은 제작사들 대다수가 패키지를 포기하고 온라인에 뛰어들었고, 양질의 게임 보다는 퀄리티가 현저히 낮은 양산형 게임이 더 많아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탄생해버린 것이다.
21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불법복제가 만연하고, 복돌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나게 된 것은 이런 다양한 원인들이 함께 어우려저 빚어낸 결과다. 소비자들의 양심 문제는 이런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야 비로서 현실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다. 불법복제와 볼돌이 문제는 누구를 탓할 것도 없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우선이며,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뜻을 모아 사회 구조적인 개선을 이루어 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 법원으로 부터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정품' 마크까지 달고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관련기사, 08년 7월 11일] NDS 불법 구동 장비, 법원 위법 판결로 형사처벌 확정
하나, 둘, 셋.. 처음부터 하나씩 해보자.
인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불법복제물을 헐값에 취하고 있고, 오히려 정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바보' 취급을 받는 실정이다. '돈 아깝게 왜 그걸 사서 해'라는 주장은 오로지 공부와 1등 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 강한 설득력을 얻으면서, 쓸데 없는 취미 생활에는 돈을 쓰지 적게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 퍼트리고 있다.
정부와 언론 매체가 직접 나서야 한다. 대대적인 문화 운동을 펼치고,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정식적인 디지털 윤리 교육을 학교, 학원을 통해 도입해야 한다. 특히, 누구보다 저작권과 정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게임계에 종사하고 있는 부류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노력의 끊을 놓지 말아야 한다. 오직 정품 유저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와 혜택을 널리 알려야 한다.
국민 모두에게 저작권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왜 서로의 저작권을 지키고 존중해야 하는지, 그렇게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밝은 미래의 결실을 가져갈 수 있는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파하고 또 설파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아직까지 게이머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현 게임매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됨과 동시에, 지금까지 무기력한 방관으로 일관했던 자신에 대한 깊은 반성도 필요하다. 이 부분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런 인식제고에 대한 노력과 함께, 시급히 해야할 임무가 또 한가지 있다. 불법복제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제재와 사전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공지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은 누구나 별다른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불법복제물을 손쉽게 취할 수 있는 구조다.
끊임없는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지만, 현실은 아예 정 반대로 돌아가는 듯 한 모습이다. 포탈에서 특정 이름을 검색만 해도 관련 사이트로 다운로드 웹하드 또는 클럽들의 리스트가 바로 출력된다.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법복제물에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노출되는 현실이다.
현재의 법률이 다소 부족하다면,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다듬어야 할 것이며, 불법복제물을 유통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내고, 일정 형량을 살고 다시 사회로 나와 불법복제물을 또 유통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불법복제의 뿌리를 뽑아내는 방안을 법률을 통해 완성해 내야 한다. 불법복제물 유통을 주업으로 살아 가는 사람들이 이 사회에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게 정녕 힘들다면, 최소한 양지로는 나올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최근 특정 무협소설을 불법으로 인터넷에 공유한 사람에게 민사 소송의 결과로 저작권자에게 3900만원 상당을 보상하라는 판결이 국내에서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소설 하나 인터넷에 올렸을 뿐인데 패가망신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네티즌들에 의하면 인지도도 별로 없고, 완결이 채 되지 않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소설의 완성도가 저작권의 행사 여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이미 시장에서 다양한 경로로 수익을 내고 있는 베스트셀러급 컨텐츠들은 저작권을 위반한 대상에게 이보다 더 엄청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르기닷컴]저작권 침해, 민사소송으로도 발전:장르소설 작가가 3천9백만원 승소
평소 해외 게임산업에 박식한 지인은 단지 이것은 시작일뿐이며, 불법복제가 만연하고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미비한 우리나라를 공격대상으로 삼고 대규모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해외에서 포착되었다고 귀띔해 주기도 했다. 그 대상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남이 아니다.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옆집 동생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최악의 사태가 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기관은 법률에 의거해 사법권을 공정하게 집행할 수 있는 정부 밖에 없다.
제작사와 유통사도 지금보다 더 노력하고 변해야 한다. 비록 그 성과가 미미할지라도, 음반계나 영화계는 시대에 따른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 변화에 맞춰, 특히 온라인 인프라가 그 어느 곳 보다도 잘 되어 있는 우리나라 특성에 맞춰, 음원 판매 및 웹하드와 연계한 다운로드 판매 등의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고 불법복제물에 대처하는 일련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하지만 게임계는 아직도 전통적인 패키지 유통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현실과는 동떨어진, 해외 출시 가격 그대로를 환율에 적용한 듯한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주 구매층이 학생과 청년층이라는 것을 우선 고려해야 하고, 동시에 패키지 판매가 그토록 어렵다면, 불법복사물에 비할 수 는 없겠지만 그래도 합리적인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할 수는 없는지 제작사와 유통사가 진지한 고민을 해야함이 타당한데, '우리는 그래도 환율 인상 분을 적용하지는 않았습니다.'라는 자세로 일관하는 중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스팀과 다이렉트2다운로드 같은 디지털 다운로드 배급시스템을 도입해서 유저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주말할인 또는 시리즈, 패키지 할인 등의 다양한 판매 전략을 통해 엄청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데도, 아직도 국내는 용산과 국전 등에 일부 지역에 집중된 고전적인 판매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정품 구매를 하지 않는 소비자들만을 원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드웨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기술을 선보이며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컨텐츠를 수용하도록 출시되는데, 그것에 어울리는 정품 소프트웨어는 찾아보기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도 문제다.
판매상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에, 특정 일부 샵은 오프라인임을 이용해 순진한 학생들을 솎여 부풀린 가격을 받아내는 행위까지 만연하고 있으니, 잠재적인 소비자 뿐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는 소비자까지 불법복제의 장으로 내모는데 유통사들 또한 일조했음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수익이 안나니 한글화는 없다. 한글화 없으면 사지 않겠다.' 소비자와 유통사와의 처절한 줄다리기도 이제는 정말 지겨운 수준까지 왔다.
패키지 게임을 마치 온라인 형태로 판매하고, 패치부터 백업까지 편리하게 관리해준다.
다양한 할인제도와 라인업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복돌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때까지...
스타크래프트가 기록한 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 중에 거의 반 이상이 한국에서 팔렸다. PC방의 힘의 컸다고 하더라도, 수요가 없었다면 분명 불가능한 일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지금의 엔씨소프트도 리니지1부터 리니지2까지 10년 이상 꾸준하게 월정액료를 지불한 국내 유저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문화산업에 대한 구매력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 때는 응당 지불한 의지와 능력이 충분히 있음을 의미한다. 정품 소프트웨어가 팔리지 않고, 불법복제가 일상이 된 듯 난무하는 것은 사회구조가 심하게 뒤틀려 있고, 동시에 그것을 개선하려는 사회구성원들의 뜻을 모은 움직임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컨텐츠에 대한 대가가 피땀 흘려 컨텐츠를 만든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법을 일삼고, 방조한 공유업체들의 기름진 배를 채워주는 용도로 사용 되고 있다.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사회에서는 결코 우수한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이는, 설령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린다 한들 마찬가지다.
수준 높은 디지털 컨텐츠를 활발하게 생산하고, 또한 건강하게 소비하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을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반성과 인식의 변화 전에, 게임매체와 언론을 비롯해서 정부, 제작사와 유통사, 그리고 이미 저작권을 가치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품 유저들이 먼저 나서 함께 뜻을 모아 건전한 여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 사회구조적인 변화에 동참하자는 메세지를 적극 설파해야 한다.
자신이 유리한 고지에서 '정의 실현'을 목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래서, 정품 유저가 복돌이를 까는 것도 쉽다. '나는 정직한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는 없다.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