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게임이지만, 미국의 저연령층 게이머에게는 WOW보다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게임이 바로 퓨전폴이다. 그리고 이 퓨전폴은 미국의 카툰네트워크와 한국의 그리곤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한 게임이다. 그리고 올 여름 한국에도 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에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퓨전폴을 공동개발한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의 퓨전폴 프로젝트 총괄 유병의 PD를 만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퓨전폴 프로젝트 총괄 : 유병의 PD ]
▶ 먼저 한국에서는 퓨전폴이 서비스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게임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게임인가?
퓨전폴은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터너그룹의 자회사 ‘카툰네트워크’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3D MMORPG로 심리스의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액션게임이다.
우리는 존방식이 아닌 심리스 월드의 MMORPG에서 어떻게 하면 액션감을 살릴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수많은 3D MMORPG들은 3D라고 하지만 평면상의 움직임이 대부분이다. 퓨전폴은 활동의 폭을 3차원적으로 끌어올려 점프와 떨어지는 것(낙하)을 이용한 다양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액션이 돋보이게 하는 시스템인 'EP존'은 움직이는 수많은 오브젝트가 가득한 곳이다. 게임상에서는 지형이 오염되어 중력이 뒤틀린 곳으로 표현되는데, 공간이 움직이고, 길을 찾는 등 콘솔이나 패키지 게임의 다이나믹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EP존에서 펫이라고 할 수 있는 나노를 얻는 것이 목적이 된다. 나노를 얻는 것은 레벨업과 비슷하다. 나노를 얻을 때마다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고 현재까지 36개의 나노가 준비되어 있다.
[ 전후좌우 뿐 아니라 위, 아래도 무척이나 중요한 퓨전폴 ]
[ 퓨전폴 영상 ]
▶ 미국 기업과의 합작은 흔치 않은 일인데, 어떻게 카툰네트워크와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나?
카툰네트워크는 MMORPG를 만들고 싶었는데 게임 개발 경험이 없다보니 온라인 게임 강국인 한국의 게임사를 물색했었다. 그리곤 엔터테인먼트 또한 씰 온라인을 동남아 6개국에 수출하며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서로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적지 않은 한국의 게임사들이 대상이 되었겠지만 그리곤이 씰온라인 등 카툰느낌의 게임을 개발한 경력과 기업마이드가 잘 맞았던 것이 합작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 한국에서는 카툰네트워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카툰네트워크는 어떤 회사인가?
카툰네트워크는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터너그룹의 자회사로, 디즈니 급의 3대 애니메이션 회사이다. 미국 내에서의 인기는 말할 필요가 없고, 인도에서는 공중파 보다 더 인기있는 1위 채널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중앙 미디어와 카툰네트워크 코리아가 2-3년 전부터 쇼를 방영하고 있고, 인터넷에서 한국팬들이 '파워퍼프걸'을 언제 볼 수 있냐는 질문들도 보이는 등 점차 그 인식이 올라가고 있다.
[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툰네트워크의 캐릭터들 ]
▶ 아무래도 미국과 한국 사이의 합작이라고 하면 이것저것 문제가 많았을 것 같다. 진행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처음에는 하이레벨디자인, 오버뷰를 진행하며 게임의 방향성을 잡아갔다.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그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미팅이 진행되었다. 계약이 성사되고 초기 준비과정에만 5개월 정도 기간이 걸렸고, 카툰네트워크의 메인팀이 4개월 이상 장기 체류를 하면서 게임의 방향을 잡아갔다.
퓨전폴 제작을 위해 20년 경력의 게임 기획 이사, EA와 MS에서 12년간의 경력이 있는 기술 이사와 카툰네트워크의 시놉시스, 캐릭터 등을 담당하는 이사들이 그리곤의 개발팀장들과 파티를 이뤄 팀을 만들고 개발이 진행됐다.
단순히 카툰네트워크가 기획해놓은 것을 구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공동제작으로 게임을 개발하면서 서로 부딪치는 문제가 굉장히 많았다. 개발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로 게임에서 등장하는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울타리를 보고 이게 무엇이냐고 싸우기도 했었다. 알고보니 한국의 울타리와 미국의 울타리는 전혀 다르게 생겼더라. 이런 소소한 문화적인 차이점이나 스케쥴 부분에서 충돌이 적지 않았다.
전화나 자료들을 주고 받으며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개발을 위해 미팅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미국과 한국을 오고가는 수십차례의 미팅 속에 약 2년 반만에 개발이 완료되어 게임을 발표할 수 있었다.
▶ 퓨전폴은 웹게임이다. 웹게임으로 만들어진 과정과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스탠드얼론 클라이언트로 만들었다가 중간에 웹게임으로 바뀌었다.
웹게임은 접근성의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야 그 문제가 훨씬 덜하지만 2006년 당시 미국은 초고속 통신망의 보급율이 50%도 안되던 시기였다. 스탠드얼론 클라이언트로 가기 위해 기가바이트 단위의 다운로드를 관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한 퓨전폴은 아동부터 성인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엄마, 아빠가 쓰는 컴퓨터에 게임을 설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나이 어린 친구들이 게임을 다운로드 받고, 또 그것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절반이상은 떠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보다 진입장벽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웹게임으로 개발하면 웹에서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1~2분만에 플러그인 등의 중요 파일이 설치되고, 그 뒤로는 5초면 곧바로 게임이 시작된다. 이런 기술이 가능하다면 다운로드 받고 설치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웹게임은 브라우저에서 직접 실행되는 만큼 그래픽 등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 때 우리는 웹에서도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덴마크의 유니티 게임 엔진을 발견해냈고, 미국 기술 이사와 회의를 통해 덴마크에 연락을 통해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유니티 엔진은 아무래도 신생 엔진이었기 때문에 대형 MMO게임에서 사용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퓨전폴에서 사용하게끔 커스터마이징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 그리곤과 카툰네트워크, 유니티까지 3국의 개발진이 모여서 미팅이 진행되기도 했다. 웹게임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개발기간이 1년은 단축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웃음)
[ 퓨전폴은 가입 후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간단히 실행되는 웹게임이다 ]
▶ 최근 한국에도 '부족전쟁'을 비롯한 다양한 웹게임들이 나오고 있다. 웹게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웹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게임이 구동되는 바탕이 무엇인가' 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떤 게임인가'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컨텐츠가 시스템에 묶여있는가가 개발의 메인이 되는 것이지, 플랫폼은 사실 별개의 문제이다. 이미 말한 것 처럼 웹 게임이 가지는 장점도 분명히 있고, 그만큼 개발에 제약이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 지난 4월 퓨전폴의 미국 가입자 수가 400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굉장히 폭발적인 반응에 우리도 놀랐다. 현재는 가입자 수가 500만을 넘어섰다고 알고 있다.
개발 기간 동안 '과연 이 게임을 끝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 고생했기 때문에 막상 퓨전폴이 완성되었을 때는 '드디어 끝마쳤다'라는 것 만으로도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리고 발표 후 반응이 좋다는 소식들이 들리면서 이제서야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하는데, 이제는 한국 서비스 준비에 들어가야 한단다. 한국 서비스 준비까지 끝내면 좀 즐겨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카툰네트워크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퓨전폴이 미국만큼 흥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미국에서는 캐릭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도 많은 영향을 줬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그 영향이 크지 않을거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캐릭터성이 아니라 게임성으로 승부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시놉시스나 스토리, 이야기 전개 구성에 있어서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혼합되서 나오다보니 그 영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탄탄한 배경과 스토리 라인은 게임의 강점이 된다. 게임에는 퀘스트가 굉장히 많은데 카툰네트워크에서 전문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분들이 퀘스트 만들고 있기 때문에 풍부한 컨텐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퓨전폴은 다양한 퀘스트와 탄탄한 배경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
▶ 이미 미국에서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서 한국 출시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은데..
처음 퓨전폴을 개발할 때는 전세계 공통 글로벌 폼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막상 공개를 하고 보니, 글로벌 버전 하나로 가기보다는 차별화를 통해 시장 상황에 맞춰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서구권인 미국과는 다른 한국 시장, 나아가 아시아권 시장에 맞는 퓨전폴을 준비하고 있다.
▶ 한국에서 퓨전폴은 언제쯤 발표하게 되나?
올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발표를 하게 될 것 같다. 아직 많은 부분을 조정하는 단계이지만 그 즈음에는 유저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해외 합작에 대한 많은 노하우가 생겼을 것 같다. 해외 합작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합작 기간 중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은 서로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것이다' 라고 마음의 준비를 해도,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문화적 차이가 크고, 그것이 소소한 일상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서로 국가적인 배경이라던가 사회 경제적 분위기의 차이가 아니라, 일상 생활의 사소한 부분에서도 문화적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한 대비와 서로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준비한다고 해도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다.
전화 통화나 이메일로는 오해가 쌓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화도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제일 좋다. 단순히 언어 문제가 아니라 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문화적인 차이에 대해 좀 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퓨전폴을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을 위해 한 마디.
이제 정말 코앞에 왔다. 우리에게는 너무 설레이고 두려움에 섞인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의 이런 시간들이 유저분들에게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부디 잊지 말아주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