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믿어지지가 않았다. 최근 그가 나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뜬금없이 창업이라니? 언젠가 그를 까페에서 만났을 때 닌텐도DS를 두 손에 쥐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몰입하던 표정이 오버랩 되면서 의구심은 더욱 깊어졌다.


하긴, 그때부터도 마치 신흥 종교의 교주처럼 "인디게임은 돈이 됩니다."라는 교리를 적극 설파하기는 했었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생각을 떠올려봐도 그는 나와 같은 전형적인 골수게이머였지,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한참이나 먼 사람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인디게임 전문웹진의 운영진에서 한국 인디게임의 해외 수출을 중계하고, 한국 인디게임 제작팀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기업, 즉 Pig-Min 에이전시를 대표하는 사업가(?)로 새롭게 태어난 일명 광님(Mrkwang), 김진성씨를 직접 만나 보았다.


이 자리에는 Pig-Min 에이전시의 업무 지원을 도와주고 있는, 인벤 게임계 파워블로거로도 왕성히 활동 중인 닉네임 '칼리토', 방성씨도 함께 자리해 주었다.



[ ▲ 좌측: 칼리토 (본명: 방성), 우측: Mrkwang (본명: 김진성) ]





= 뒤통수를 맞은 심정이다. 상당히 놀라운 데, 일단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정리가 필요할 듯 하다.


인디게임 전문웹진 Pig-Min을 운영하면서 한국의 인디게임을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이 필요하고, 그것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인디게임을 접하고, 해외 인디게임 제작자들과 교류하면서 축적된 지식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즈니스로 활용될 지에 대한 감은 잡히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우선 생각한 것이, 한국방송영상진흥원(KBI)에서 전액 국비 지원을 받아 개설한 뉴미디어 창업스쿨을 신청하는 것이었다. 생각 외로 IT를 비롯해서 다방면을 아우르는 교육 내용이 괜찮았고, 교육을 담당한 강사진들도 한국을 대표하는 IT 전문가로 초빙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근, 인터넷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트워터, 페이스북 등을 함께 분석하고, 연구하다 보니 점점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 그러던 중에 왜? 회사를 한번 차려보라며 돈가방을 안겨준 은인이라도 만났나?


그런 게 아니라, 같은 교육생 중에서 창업 관련 정보를 꾸준히 스크랩해서 게시판에 올리시는 분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분이 올린 게시물에 이상하게 눈이 자꾸만 가는 거였다. 이름하여 "2030 청년창업 프로젝트". 간단히 소개하면 서울시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20~30대 청년을 발굴해서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었는데, 이게 한번 또 머리 속에 들어오니 자꾸만 생각이 나는 거였다.




= 그래서 한눈에 꽂혀 바로 그 프로젝트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거였나?


아니, 사실 상당한 고민을 했었다. 근데, 만약에 잘 안되더라도 이러한 프로젝트에 일단 됐다는 것 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자신감도 생기고, 남 다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서를 읽어보니 한 달에 70~100만원 가량의 지원금과 관리비, 입주비 없이 무상으로 사무실을 제공해주는 것이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가장 중요한 계기는 이러한 자급자족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사업 컨셉이 '자신이 원래 지니고 있는 자원으로 뛰어드는' 인디게임의 정신과 들어 맞았다는 거다. 그래, 그게 제일 컸다.




[ ▲ 2030 청년창업 프로젝트 안내서 ]





= 한번 결심이 섰다고 해도, 경쟁률이 만만치 않았을 듯 하다. 구체적인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심사위원들이 '인디게임'이 무엇인지도 알기 어려웠을 텐데.


지난 6월 달에 접수가 마감되었고, 말 경에 면접을 보고 프로젝트 당첨자를 발표했다. 그 전에 주최측 양식에 맞춘 사업계획서 두 페이지 가량을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이상하게 될 것만 같더라.


면접을 보는 심사위원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만 가지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리라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실제 면접 중에도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구두로 다시 설명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결국, 내가 선정될 수 밖에 없었던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그런 경우를 미리 예상하고 면접관만을 위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된 1페이지짜리 기획서를 따로 만들어 가져 갔다는 거다. 어쨌든 그렇게 합격을 통지 받았고, 7월 1일부터 정식으로 서울 마포구청에 마련된 개인 사무실에 출근을 하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 제출한 사업 계획서의 제목이 뭔가?


간단하다. '한국 인디게임 해외 수출 에이전시, 그를 위한 인큐베이팅', 회사 이름은 'Pig-Min 에이전시'. 기존에 인디게임 웹진 Pig-Min의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갔다.




= 제목에 영어가 두 단어나 포함된 것은 좀 '있어 보이기' 위한 의도인가?


그런 것도 없지 않지. (웃음), 서로 간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양자가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들었다. 굳이 한글로 하게 됐을 때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원래 의미가 조금 약해지는 것도 있었고. 아무튼 방금 그 제목이 가장 적절하다 싶었다.




= 일단 그건 넘어가기로 하고, 일단 한국 인디게임 해외 수출 '에이전시'부터 하나씩 시작해보자. 이게 도대체 뭔가?


말 그대론데 뭐가 어렵나. 한국 인디게임을 해외에 내다 파는 거다.


사실 현재 인디게임 씬에서는 다양한 판매 방법이 존재한다. 온라인을 통해, 보통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인디게임 제작사가 직접 파는 경우도 있고, 거대 온라인 배급사, 예를 들면 스팀(Steam)같은 곳에 입점하는 경우도 있다. 그게 아니면 스팀에 임을 입점시키는 또 다른 퍼블리셔와 계약을 체결하고 공급하는 방법도 있다.


작년에 발매된 월드오브구(World of Goo)의 경우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판매도 했고, 스팀에도 들어갔으며, 일부 지역에는 패키지로도 판매가 되었다.


능력만 된다면 월드오브구처럼 다양한 경로를 한번에 취하는 게 좋기는 한데, 월드오브구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인 것이고, 아직은 한국 인디게임 시장이 크게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절한 판매 경로를 찾아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 일을 Pig-Min 에이전시가 전문적으로 해주는 거고.





= 그러면 언제부터 실제 판매가 시작되나?


지금부터 바로 판매를 하고 수익을 내지는 않을 거다. Pig-Min 에이전시가 세운 전략은 지금으로부터 1년간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프리웨어 형식의 게임을 출시하고, Pig-Min이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거다. 그 후에 2년 차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생각이다.


일부러, 늦게 간다. 손익분기는 3년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 세운 계획으로는 4개월에 하나씩의 인디게임을 출시하고 무료 형태로 배포하는 것이다. 그런 게임들을 기반으로 홍보하고 인지도도 넓히는 것 이것이 1차 목표다.








= 그럼 멋진 타이틀을 장식한 또 다른 주제인 인큐베이팅은 뭔가?


솔직히 이야기해서 현재 한국의 인디게임 씬은 완전히 멈춰 있는 수준이다. 방금 이야기했듯이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1년간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인디 게임 제작팀을 발굴하고, 실제 해외 시장에 판매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는 업무도 병행하는 것이다.


매주 한 개의 성공한 인디게임을 선정해서 철저하게 벤치마킹을 한 후, 그 게임의 특징을 추려내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렇게 게임을 특징화 시켜 분석하는 작업은 추후 자신에게도 분명한 특징이 있는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즉, 유저들의 구미를 당기는 게임을 만드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이는, 추후 Pig-Min을 통한 홍보, 마케팅에서도 강점을 지니게 된다.


또 한가지 계획하고 있는 것은 한 달에 한번쯤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오프라인 교육행사를 갖는 거다. 의외의 지출이 발생할 것 같기도 한데, 최대한 아껴서 운영해 볼 생각이다. 기존 Pig-Min을 수년간 운영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뭐니 뭐니 해도 강력한 인맥 인프라다. 밥 한번 사주면, 한 두 번씩은 무상으로 도와줄 친구들이 많다.





=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진행했다고 가정하면, 오늘로 10일 정도 지났다. 지금까지 실제 해 온 일들이 궁금한데. 설마 공짜 사무실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며 놀았던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 Pig-Min 에이전시를 도와줄 내부팀을 구성했다.


옆에 있는 칼리토(본명: 방성)는 무수히 많은 인디 및 상용화 게임을 접하면서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가혹한 리뷰들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컴퓨터게임을 전공하면서 실제 게임을 개발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현업 개발자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개발 프로세스를 짐작해 낼 수 있다.


칼리토는 Pig-Min 에이전시에서 매니저의 역할을 맡게 되고, 4개월에 하나의 게임을 출시해 낸다는 기본 룰을 기반으로 팀 일정을 조율하고, 초기 기획을 검증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다른 멤버로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릿군(Ritgun) 있는데, 미국 현지의 인디게임들을 수 없이 접하면서 한국 온라인 게임을 분석하는 특이한 시야를 가진 사람이다. 한국에 있는 멤버들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미국 현지의 인디게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철저한 분석을 통해 내부 멤버들에게 전달하고, Pig-Min 에이전시를 통해 출시된 게임들이 "현지에서 과연 통할 것인가?"를 검증하는 업무를 맡는다.


최근에, 최근 세계시장에서의 인디게임 가격대에 대한 연구를 올리기도 했는데, 현재 샘플 버전을 Pig-Min에 올려서 공개해 둔 상태니 궁금하면 한번 살펴보는 것도 괜찮겠다.



☞『 인디게임 가격 - by ritgun 』 관련 포스팅 바로가기 [클릭!!]




= 말을 끊어서 미안한데, 그럼 정작 인디게임 개발은 누가하나?


지금, 말하려고 하지 않나. 현재 한 개의 인디게임 제작팀과 거의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구두로는 합의가 끝났고,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된다. 두 번 정도 만났는데, 어디 회사에 들어가기 보다는 독자적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다. 성격이 인디게임과 맞는다고 해야 할까? 현재는 1인인데 조금만 있으면 제작팀이 결성될 거다.


계약이 최종적으로 완료되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다른 인디게임 제작팀들을 물색 중이다. 현재로서는 3 내지는 4개팀을 동시에 운영할 생각이다.




[ ▲ 오직 영어로 운영되는 인디게임 웹진 Pig-Min 잉글리쉬 ]




= 최근에 운영을 시작한 Pig-Min 영문버전인 Pin-Min English 도 그럼?


맞다. 그런 장기적인 포석을 두고 Pig-Min의 영문 버전 운영을 시작한 거다. 한국 인디게임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마케팅 하는 허브로 삼을 거다. 전 세계에는 인디게임을 다루는 매체들이 많기 때문에 한번 분위기를 타면 그 파급력이 상당하다. 이미 Pig-Min 본지가 인디 게임계에서는 상당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다.




= 자, 이제 본색을 드러낼 차례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한 마디 해달라.


"빠르게 갈 수 없는, 느리게 걷는 길이지만 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매체로서의 Pig-Min은 전과 다름 없이 꾸준하게 인디게임 소식을 알릴 것이며, Pig-Min 에이전시는 한국 인디 게임 씬을 발전시키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인디게임 개발자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Pig-Min Agency 발동 & 참가팀 모집합니다. 』 관련 포스팅 바로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