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블리자드가 현재 개발 중인 RTS 스타크래프트2 싱글플레이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미리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전 9시, 서울 강남에 위치한 블리자드 코리아의 사옥 2층 대회의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여러분은 오늘 대한민국 최초로 스타크래프트2싱글플레이를 체험하시게 될 것입니다."라며 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기자 바로 앞 모니터에는 스타크래프트2 메인 메뉴화면이 펼쳐져 있다. '싱글 플레이' 버튼을 클릭하자, 초반 싱글 미션의 시작지점이 되는 Joeray’s Bar에 테란 영웅인 짐 레이너가 턱수염을 잔뜩 기른 멋진 중년의 모습으로 외로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 3부작의 첫 스타트를 끊는 자유의 날개는 4년 동안 독재자인 악튜러스 멩스크와 테란 연맹에 맞서 피의 복수를 해온 짐 레이너로부터 출발한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던 저그의 재등장으로 적을 무찌르느냐 아니면 인류의 미래를 보호하느냐 하는 운명적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짐 레이너.


미국 본사에서 이번 시연회를 위해 건너온 블리자드 관계자가 메인 화면 옆에서 간단한 브리핑을 한다. 스타크래프트2의 싱글플레이는 단지 멀티플레이를 위한 튜토리얼 수준에서 벗어나 캠페인만의 독특한 재미를 부여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는 것. 블리자드 개발팀은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싱글플레이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 ▲ 스타크래프트2 싱글플레이 미션이 시작되는 전함 히페리온 내부 모습]




싱글플레이에는 기존 유닛들, 그러나 멀티플레이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메딕(의무관), 파이어뱃(화염 방사병), 레이쓰(망령) 등이 다시 등장하며, 이 외에도 싱글플레이에서만 등장하는 유닛도 있다.


캠페인 미션 사이에는 게임 내 그래픽으로 제작된 동영상이 흘러나와 게임의 세부 줄거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각 캐릭터의 대화 내용은 임무가 끝날 때마다 바뀌게 되어 줄거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모니터 안의 짐 레이너를 바라본다. Joeray’s Bar에는 짐 레이너 뿐 아니라 그 위로 TV도 보이고, 술집이라면 당연히 있을 듯한 뮤직 박스도 있다. 각 오브젝트에 마우스를 오버할 때마다 클릭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테두리가 활성화되고, 클릭하게 되면 각 상황에 맞는 리액션이 발생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TV를 클릭하면 악튜러스 멩스크가 등장해 짐 레이너를 왜 처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연설하고 있고, 뮤직박스를 클릭하면 그에 맞는 짐 레이너의 짧은 대사를 감상할 수 있다.


이는 어드벤쳐 게임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자칫 반복적이 되면서 지루해질 수 있는 RTS의 싱글 플레이 미션 전개 형태에 유저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마치 내가 짐 레이너가 된 듯한, 그리고 내가 짐 레이너가 처한 스토리에 직접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단, 짐 레이너 앞에 있는 이동형 송신기를 클릭하여 스타크래프트2의 첫 미션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미션 화면으로 전환되면서 우측에는 미션이 진행되는 행성, 마 사라의 기본 정보가 표시된다. "켈모리안 폐품 처리 행성. 마 사라는 옛 테란 연방의 여덟 번째 식민 행성. 변방의 침체된 행성으로 알려졌으나, 채광 산업으로 한 때 핵심 산업을 이루기도 했다."는 설명.


좌측에는 미션 각 세부 정보들이 표시된다. 미션 제목은 '해방의 날', 임무 목표는 '자치령 유통 센터를 파괴'. 엇? 근데 이게 뭘까? '보너스 목표' 스타크래프트2에는 기본 목표 외에 보너스 목표가 있어 그것을 함께 해결하면 특수 보상까지 더해져 싱글 플레이에 대한 더 확고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었다. 아래는 보상(일반적으로 골드)이, 더 아래에는 이번 미션에 등장하는 주요 유닛인 '해병', 즉 마린의 자세한 정보가 간단한 첨부형 동영상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난이도는 쉬움, 일반, 어려움, 아주 어려움의 4가지로 나뉜다.


드디어, 미션 시작. 짐 레이너의 부관이 짐 레이너에게 임무에 대해서 브리핑하는 영상이 흘러나온다.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짐 레이너와 부관과의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더 쉽다. 그런 후 화면이 전환되고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 화면으로 돌입한다. 첫 미션인 만큼 크게 어렵지 않다. 정해진 수의 해병을 컨트롤 하여 직선형 길을 따라가며 임무를 처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단, 워크래프트3에서 이미 도입한 바 있는 싱글플레이 맵 안에 존재하는 NPC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해, 더욱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보너스 목표와 조금 있다가 설명할 "?"가 있어 함께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간단한 패턴의 미션이라도 한번 더 생각하고, 진지하게 플레이 해야 한다.





[ ▲ 스타크래프트2 싱글플레이 첫 미션 '해방의 날' 실제 스크린샷 ]




간단히 첫 미션을 끝내면 미션 종료 화면으로 전환되는데 화면 중앙의 '승리했습니다.'라는 커다란 문구보다 더 눈에 띈 것은 다름아닌 업적시스템. 그렇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업적 시스템을 도입하여, 같은 미션이라도 유저가 여러 번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업적의 몇 가지 예를 들면, "백워터 해방영웅 – 해방의 날 완료", "무혈혁명 – 일반 난이도에서 민간인을 한 명도 죽이지 않고 미션 성공", "백워터 빠른 해방전 - 어려움 난이도에서 3분 안에 미션 완료" 등이 있었다. 그 외에는 미션 결과 정보와 이번 미션 완료로 인해 새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신 기술, 업그레이드 정보가 제공되고. 그리고 아래에는 다시하기, 다시보기 저장, 계속 실행 버튼이 구성되어 있었다.


다시보기 저장 기능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데, 녹화 기능뿐 아니라 녹화되는 영상의 해상도와 화질, 프레임, 파일형식까지 제공하고 있어 전문 영상 캡쳐 프로그램을 방불케 했다.



첫 미션이 끝나고 다시 화면이 전환된 곳은 Joeray’s Bar. 바의 뒷문이 열리고 등장한 사람은 타이커스 핀들레이. 2007년 서울에서 열린 WWI에서 시연된 스타크래프트2 인트로 동영상의 주인공이다. 타이커스와 짐 레이너와의 대화 내용을 요약해보면, 그 동안 얼음 감옥에 갇혀 있던 타이거스는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고, 그런 그는 옛 동료인 짐 레이너를 찾아와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기로 한 것. 독재자 멩스크의 지시로 테란 연방은 외계 유물 발굴에 전념을 다하고 있는데, 그 외계 유물을 가로채서 멩스크와는 별개의 모 단체에게 넘겨 돈을 벌겠다는 궁리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게임 내 그래픽으로 제작된 영상의 퀄리티다. 현재까지 출시된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전혀 그 퀄리티에 손색이 없으며, 각 인물들이 대화할 때의 손동작과 입 모양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간혹 이와는 정 반대의 모습으로 로보트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일 때도 있었지만 아직 개발 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식 출시될 때의 퀄리티를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었다.


대화가 끝난 후, 다시 이동형 송신기를 클릭하면 두 번째 미션이 시작된다. 두 번째 미션에서부터 반가운 유닛인 메딕이 등장하게 되고, 간단한 전투를 치른 후 테란 연방의 시설을 파괴하고, 외계 유물을 가로채면 미션이 완료된다.




[ ▲ 싱글플레이에서만 등장하는 반가운 유닛 '메딕'(의무관)과 '파이어뱃'(화염방사병) ]




바로 이어지는 세 번째 미션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저그의 공격을 견뎌내며 구출선이 등장하는 시점까지 진지를 방어하는 것이다. 세 방향에서 물밀듯이 쏟아지는 저그의 공격을 정신 없이 방어하다 보면 하늘에서 거대한 배틀쿠르즈가 등장하게 되고, 짐 레이너와 타이거스 핀들레이는 탈출을 성공하게 된다.


다시 또 이어지는 플레이 영상. 거대한 베틀쿠르즈, 짐 레이너의 함선 히페리온(Hyperion)은 저그의 뮤탈리스크에게 사정 없이 공격받게 되지만, 결국 위기의 순간을 버텨내며 탈출에 성공하는 장면이다.






이 미션이 완료된 이후부터 미션 시작 지점은 Joeray’s Bar가 아닌 히페리온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이 때부터 본격적인 테란 미션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테란 미션은 아직 개발 중이라 추후 조정될 수 있지만 현재 총 28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히페리온에 탑승한 시점부터는 일직선으로 미션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에서 유저가 어떤 미션을 먼저 수행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전작의 일방통행을 탈피하여, 어느 정도 싱글플레이에 자유도를 부여하겠다는 의도다.



[ ▲ 미션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되는 히페리온의 함교 ]




함선 히페리온은 크게 네 영역으로 나눠지는데, 미션을 선택해서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함교, 임무로부터 획득한 자금을 소비해 유닛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구입하는 무기고, NPC와 대화를 나누거나 TV를 볼 수 있는 휴게실, 보너스 목표로 수집하게 되는 프로토스 유물이나 저그 알을 사용해서 군대 전체의 업그레이드를 해제할 수 있는 연구실로 나눠진다.


특히, 무기고에서는 유저의 선택에 따라 공격형, 혹은 수비형 기술을 개발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군대를 정비할 수 있고, 휴게실에서는 일반적인 NPC와의 대화 뿐 아니라 용병 계약을 통해 일반적인 유닛보다 더 강력한 외부 유닛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자유로운 미션 선택과 함께 유저의 개성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스타크래프트2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 ▲ 무기고에서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



[ ▲ 보너스 목표 보상으로 군대 업그레이드를 해제할 수 있는 연구실의 전경 ]



[ ▲ 휴게실, 이곳에서는 일반적인 정보 획득 뿐 아니라 용병을 고용할 수 있다. ]





마음을 가다듬고, 히페리온의 본격적인 미션을 시작해보려고 하자, 블리자드 관계자의 시연 종료 멘트가 나오고 동시에 함께 있던 기자들의 아쉬운 한숨 소리가 들린다.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호작용적 요소들을 배치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두어 싱글플레이에 자유도를 도입한 것은 꽤 칭찬할만 하다. 게다가, 월드오브워크래프에서 처음 시도되어 인기를 끌었던 업적시스템의 도입은 "휴.. 또 얼마나 많은 하드코어 게이머를 양산해 낼런지.." 벌써부터 바짝 긴장되는 부분.


스타크래프트2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전작이 1998년 한국 게임계에 폭풍을 일으킨 것처럼 다시 그렇게 흥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하지만, 이번 싱글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를 완성도 높은 RTS로 만들어 내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짐 레이너의 인상적인 대사 한 마디와 함께 실제 싱글플레이 영상을 덧붙이면서 스타크래프트2 싱글플레이 체험기를 끝낸다.






저그의 맹공격에서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 짐 레이너와 타이커스 핀들레이는 히페리온 내부 휴게실에 앉아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응시하고 있다.


TV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아닌 칼날여왕 캐리건. 최근 저그가 엄청난 부대를 이끌고 돌아와 테란 자체령에 무시무시한 습격을 시작하고 있다는 캐스터의 멘트가 흘러나오고, 타이거스 핀들레이는 다소 걱정스러운 얼굴로 짐 레이너에게 묻는다.

"도대체 왜 저것들이 다시 돌아 왔을까?"


칼날여왕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으로, 무거운 한 마디를 내뱉는 짐 레이너.

"...일을...끝내러...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