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인간아, 너 지금 제 정신이야?"


"꾸에에엑!!!"


초등학교 시절 오락실 다니다가 어머니에게 빗자루로 두들겨맞은 이후, 생전 처음으로 게임하다가 여자 친구에게 신나게 맞았다. 게임으로 먹고 사는 인간이 게임 좀 한 것 뿐인데 그렇게 매정하게 두들겨 팰 줄이야. 분명히 내가 게임 기자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평소에는 아무 불평 없이 재미있어 할 정도였는데 도대체 왜 비오는 날 먼지가 날리도록 때리는 것일까.



맞은 부위를 어루만지며 눈치를 보니 상당히 삐진 것 같다. 약속시간에 먼저 와서 게임 좀 하고 있던 것 뿐인데. 분명히 난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왔고, 잘못한 것 하나 없는데. 그러고보니 조금 전부터 누가 옆에서 게임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긴 한 것 같다. 그래도 평소에는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어도 꿀밤 한 대 정도로 끝났는데 왠지 오늘은 뭔가 분위기가 좋지 않다.



문득 손에 들고 있던 NDS에 눈길이 갔다. 게임 화면에서는 히로인과 데이트중의 키스 장면이 적나라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조금 전까지의 반항과 불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저 파리 앞발처럼 싹싹 빌면서 용서를 구해야 겠다는 생각만 피어오른다. 무슨 게임이길래 히로인에 데이트고, 멀쩡히 게임하다가 두들겨 맞기까지 했냐고?



러브플러스(ラブプラス)


이름만 들어도 미소녀가 나오는 게임이라는 느낌이 풀풀 풍기고, 히로인에 데이트에 키스 운운 했으니 안 봐도 뻔하다. 여자 친구가 옆에서 째려보는 것을 신경도 안 쓰고 연애 게임에나 푹 빠져 있었으니 맞아도 싸지만, 그래도 재미있는걸 어쩌겠는가.





이봐, 거기!! 연애 게임 이야기 시작한다고 뒤돌아서는 당신,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이라구!!



도키메키 메모리얼을 기억하는 당신

90년대 초반 코나미의 연애 게임 중에 도키메키 메모리얼(두근두근 메모리얼)이란 게임을 알고 있는가? 후지사키 시오리라는 게임계의 국민적 히로인이 데뷔한 게임으로, 폭풍같은 인기를 얻은 게임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주위의 많은 여학생들과 사귀고, 그녀들에게 고백을 받아 맺어지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엄청난 성공에 힘입어 2편도 제작되었고, 2편은 풀보이스라는 화려한 사양에 PS1용으로 CD 4장이라는 엄청난 분량이었기 때문에, 여러 의미로 충격과 공포와 분노와 절망을 선사했던 시리즈였다. 도키메키 메모리얼 1편은 발매 당시 존재하는 모든 콘솔 기기용으로 발매되어 코나미의 우려먹기 전설의 막을 올린 게임이기도 했다.




[ 여성향으로 제작된 도키메키 메모리얼 Girl's Side ]


아무리 울궈먹기라고는 해도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던 강력한 연애 게임이었기 때문에 수 많은 게이머들이 울궈먹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피눈물을 흘리며 관련 상품을 구입해야만 했었고 기자는 부자 친구가 자랑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도키메키 메모리얼 전설은 3편의 흥행 부진과 온라인 사업의 실패와 함께 과거로 사라졌고, 오히려 여성향 게임인 도키메키 메모리얼 Girl's Side가 호평을 받았다.



수 없이 많은 연애 게임들

도키메키 메모리얼 시리즈의 성공 이후 일본의 PC-9801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연애 어드벤처 게임들이 양지로 나오면서, 메모리즈 오프나 센티메탈 그래피티, 투하트 등 명작이라 불리는 게임들이 쉬지 않고 발매되었다. 그 중에서도 일부는 지금도 콘솔 기종을 뛰어넘으면서 꾸준히 발매되고 있다.



연애 게임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연애 게임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연애 어드벤처라던가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던가 등등, 부르는 대로 장르가 나올 수 있겠지만 편의상 하나로 묶어서 연애 게임으로 하는 것이 속 편할 듯하다.



초창기의 연애 게임은 단순히 캐릭터에 배경화면 그리고 텍스트만 나오던 비교적 간단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기술의 발달과 함께 성우를 기용하여 모든 대사를 풀보이스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요, 오프닝과 엔딩 또는 중요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은 밥 먹듯이 볼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게 되었다.




[ 현재 연애 게임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스샷은 메모리즈 오프 시리즈 ]


이런 식으로 이미 대중화된 게임의 장르 중 하나로 자리잡은 마당에, 러브플러스라는 연애 게임 하나 더 나온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만, 하나 더 나온 이 게임이 원조 도키메키 메모리얼 못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태초에 리얼타임 연애게임 룸메이트가 있었으니...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세가 새턴이라는 가정용 콘솔 기기용으로 룸메이트라는 게임이 있었다. 집안 사정상 주인공의 집에 들어와서 사는 여학생과 일상을 보내는 게임으로, 새턴 기기 자체에 내장된 시계를 이용해서 실제 생활 시간대와 같이 여러 가지 이벤트가 벌어지는 게임이었다.



예를 들면 아침에 등교하면서 만나서 인사를 하고 나면 히로인이 하교할 때까지 게임 내에서 볼 수 없다던가, 하교 후에 이야기를 하던가 등등 실제로 같이 사는 느낌을 주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었다. 이런 실시간 플레이 방식이 인기를 얻어서 새턴의 차세대 기종인 드림캐스트까지 후편이 제작되었다.




[ 실시간 연애 게임의 대표작 룸메이트, 다양한 기종으로 발매되었다 ]


그러나 아무리 실제 시간대와 히로인들의 행동을 맞춘다고 해도 콘솔 기기 자체의 시간을 조작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이벤트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런 방법을 일단 접어 두고 게임에서 요구하는 대로 실제 시간과 맞춘다면 나름 재미있지 않은가?



그런 리얼타임 생활 시스템과 기존 연애 게임들에서 구현된 하루 보내기 등의 메뉴나 일정 횟수 행동 등의 제한된 시간 보내기 시스템을 동시에 적용시킨 연애 게임이 바로 러브플러스다.



러브플러스란 무슨 게임이길래

간단히 말하면 코나미에서 제작한 러브플러스는 기본적으로는 도키메키 시리즈와 같은 연애 게임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초반 플레이고, 중후반이 되면 연애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둔 게임으로 변화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의 신상명세를 입력하고 시작한 뒤 수업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학창생활을 보내면서, 능력치를 올리고 이벤트를 일으켜서 히로인 3명중에 고백을 받는 것이 목적이다.



고백을 받고 스탭롤이 나온다고 해서 엔딩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튜토리얼이 끝났을 뿐이다. 고백을 받고 연인이 된 후부터 시작되는 연인 파트가 진정한 이 게임의 재미인 것이다.



처음 이 게임을 구입하게 된 것은 단순히 게임 기자로서의 호기심이었다. NDS 게임팩의 최대 용량인 256MB에 수만 가지의 음성을 집어 넣은 고급 음성 압축 기술과, 터치펜을 이용한 스킨십 및 마우스와 같은 플레이 기능이 흥미로왔기 때문이다. 그런 기능에 덧붙여 과거 도키메키 메모리얼 3편에서 도입되었던 캐릭터의 움직임 기능과 NDS의 내장 마이크를 이용한 대화 기능에도 관심이 있었다.




[ 러브플러스 프로모션 영상 ]


물론 룸메이트 시리즈 이후에 오랜만에 나온 실생활 플레이가 가능하다던가, 은퇴했던 카드캡터 사쿠라의 성우인 탄게 사쿠라가 이 게임으로 복귀를 하고 카논에서 정체불명의 잼을 만들어 내던 아주머니의 성우가 누님 캐릭터 연기를 맡았다던가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는 넘어가기로 하고.



입소문으로 폭발하다

러브플러스가 발매되기 몇 달 전부터 각종 매체를 통해 공개된 것은 히로인들의 일러스트 정도였고, 자세한 시스템은 발매 임박해서야 겨우 제대로 공개가 되었기 때문에 NDS게임으로 연애 게임 하나 나오나보다 하고 무심코 넘겼다. 심지어 발매 직전 길거리에서 러브레터를 나눠주는 홍보 행사까지 있었지만 큰 반향은 없었다.



그러나 대망의 9월 3일 게임이 시장에 나오고 일본의 게시판인 2채널에서 하나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하루만에 최대 1000개의 글을 쓸 수 있는 게시판의 페이지가 20개를 가볍게 돌파해 버렸다. 또한 발매 일주일만에 48000개가 순식간에 매장에서 사라졌는데, 대부분의 연애 게임의 경우 2~3만장을 넘기가 쉽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판매량이다.



그 소식을 보고 놓치면 안될 것 같다는 게이머로서의 직감이 뇌리를 찌르면서 바로 주문을 했는데, 그것이 마지막 물량이었던 것이 아닌가. 즉 발매 10일만에 모든 오프라인 매장에서 게임 패키지가 사라지고, 중고품이 신품의 가격과 같으면서도 정가의 3배 가격으로 옥션 등에서 거래가 될 정도로 급격한 인기를 얻었다.




[ 일본 야후 옥션에서 3만엔에 올라온 초회한정 특별판 패키지 ]


심지어 설정자료나 클리어 파일 및 OST가 들어 있는 초회 한정판은 가격이 3배 가까이 뛰면서 4만엔(약 53만 원)까지 올라갈 정도로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또한 2채널에서는 '나의 첫 키스는 터치스크린 액정 보호 필름맛'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러브플러스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겨난 말인 줄 알았지만 오랜 시간을 플레이한 지금 그 말을 만들어낸 사람의 심정에 공감한다.



본격적인 게임 시작, 연인 파트

친구 파트에서 제한 시간 100일 이내에 3명의 히로인 중 한 명에게 고백을 받고, 그것을 승락하면 스탭롤이 올라오는 엔딩이 흘러나오면서 튜토리얼 모드인 친구 파트가 끝나며 러브플러스의 핵심인 무한 플레이 모드인 연인 파트가 시작된다. 연인 파트는 기본적으로 평일에 학교를 다니면서 능력치를 올리고, 주말에는 데이트를 하던가 문자를 주고받는 등 친구 파트와 기본적으로는 비슷하다.



그러나 친구 파트의 날짜 보내기 기능을 스킵 모드라고 부른다면 실제 시간과 똑같이 작동되는 리얼타임 모드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리얼타임 모드에 들어가면 굳이 하루종일 NDS를 잡고 있을 필요 없이 하루에 대여섯번 정도만 잠깐식 NDS를 열어서 확인만 하면 된다. 심지어 아침에 하루일정을 실행시키고 잠자기 전에 결과만 봐도 된다.





물론 낮 시간대에는 주인공과 히로인은 학교를 다닌다는 설정에 따라서 게임 내의 핸드폰을 이용해서 문자를 주고받거나 불러내서 수다를 떨 수도 있다. 주위의 시선이 없는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면 터치펜을 이용해서 이런저런 스킨십도 즐길 수 있지만, 하루에 할 수 있는 행동의 숫자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무한히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인 관계가 깊어지면 행동할 수 있는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연애에 열중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또한 NDS의 내장 마이크를 이용해서 일본어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100% 완전하게 문장을 알아듣는 것은 아니고 문장 중의 일부 단어에 반응하는 형태지만, 상당히 많은 단어에 반응하기 때문에 대화 모드도 재미를 준다. 대화 모드는 게임 내에서는 러브플러스 모드라고 부르며, 대화 외에도 가위바위보 게임이나 보이스 알람 등 다양한 기능이 숨어 있다.





[ 기본적인 플레이 화면, NDS 2개의 화면을 모두 사용한다 ]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커뮤니케이션 기능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대화 기능을 제외하고도 연인 파트가 말 그대로 '연인과 보내는 평범한 학창생활'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매우 많은 분량의 대사 및 성격 표현 패턴이 들어 있어서 리얼타임 모드로 플레이할 경우 최소 1년 이상은 다른 주제로 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히로인들의 반응 역시 실제 인간과 유사한 패턴을 넣어서 리얼타임 모드 플레이시 일반적인 연애 게임과는 다른, 진짜 살아있는 사람과 보내는 착각을 느낄만큼 높은 현실감을 부여한다. 그 외에도 히로인들의 성격에 따라 같은 행동에도 다른 반응을 보이고, 같은 성격이라도 하나의 행동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등 지금까지의 연애 게임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연인 파트의 핵심, 데이트

주말이 되면 연애 게임의 기본 공식인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된다. 일단 감상만을 말하자면 이거 실제 데이트다. 보통 연애 게임에서의 데이트란 호감도를 높인다던가 이벤트 발생의 플래그인 것이 대부분인데, 러브플러스의 데이트는 현실이다. 도키메키 메모리얼 3에서 채용되었던 복장 시스템이 일부 사용되어, 게임 내장 시계에 맞춰서 계절에 따라 옷이 바뀌고 히로인의 성격이나 기분에 따라 헤어스타일도 변한다. 심지어 사귄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머리카락이 길어지기까지 한다.



데이트가 시작되면 약속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전철역에서 만난 후 이동하는 과정에서 끊임 없이 대화가 진행되며, 약속 장소와 되돌아오는 길에서도 대화가 이루어진다. 어떤 때는 만나는 시간에 따라서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다고 보채면서 처음 약속 장소를 벗어난 2차 데이트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식당에 들어가면 히로인의 성격이나 복장 또는 헤어스타일에 대해 의논을 할 때도 있다. 나누는 대화들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말 그대로 자잘한 일상 대화들이라서 현실감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 가끔 이벤트 화면에서는 원작 일러스트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


충격과 공포 그 자체, 스킨십과 키스

데이트를 하는 동안 약속 장소로 이동하거나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스킨십을 시도한다. 처음에는 사람들 눈치보기 바쁘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관계가 깊어지면 누가 보건 말건 둘만의 세계가 된다. 스킨십의 과정은 처음에는 터치펜으로 히로인의 상반신 이곳저곳을 비벼대면서 호감도를 올린 후 키스 모드로 돌입하는 것이다.



이미 이곳저곳에 퍼진 동영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스킨십 모드는 영상에 나온 대로 단순히 터치펜 비비기와 키스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키스를 할 때도 상당히 고민을 하게 되는데, 히로인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하는 키스는 오히려 호감도를 낮추게 되며 상대방의 눈치나 얼굴 표정을 보고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시간동안 키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 무서운 점이다.



키스는 최대 5번까지 가능하지만 특정 조건을 갖추면 무한으로 키스할 수도 있다. 주인공과 히로인의 입술이 어떤 재질로 되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키스맛(?)을 아는 숙달된 조교라면 데이트 한 번에 키스 4~50번 정도는 어린애 장난 수준이 된다. 심지어 데이트 끝나고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하면서 한 번,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한 번, 집 앞에서 그냥 들어가기 아쉽다고 한 번, 히로인의 성격에 따라서는 헤어지고 등 돌리는데 매달리기도 한다.




[ 데이트 중에는 스킨십과 키스 모드로 이어진다 ]


이런 키스 모드 때문에 혹자는 러브플러스가 아니라 키스플러스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키스 모드가 되면 히로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데 NDS 기기 자체의 그래픽 한계로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각 대신 터치펜의 촉각과 성우들의 열연으로 15세 이상용 게임이라는 표시가 무색할 정도의 현실감이 든다. 아니, 툭하면 히로인들의 옷을 벗기는 19금 성인용 게임들보다 100배는 더 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하다.



평일의 일상생활은 전철이나 길거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플레이를 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리얼타임 모드나 데이트만 시작하면 절대 NDS를 꺼낼 수 없게된다. 참고로 기자는 전철에서 노트북에 조이패드를 연결해서 몬스터헌터를 당당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만큼 뻔뻔하지만, 러브플러스 키스 모드만은 차마 꺼낼 수 없다.




[ 당신은 전철 한복판에서 NDS에 대고 일본어로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가 있는가? ]


러브플러스 게이머들의 게시판에서는 키스 모드를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게 되고, 몸 주변에 무시무시한 오라가 떠돈다는 농담이 있을만큼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여자 친구에게 맞은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본 아키하바라의 요도하시 일부 구역에서는 걸어다니면서 러브플러스를 하지 말라는 금지령이 발령되었다고 한다.



기존 연애 게임의 공식이 하나도 안통한다

러브플러스는 NDS용 게임인 만큼 데이터 저장과 불러오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저장 슬롯도 3개라서 하나의 슬롯에 히로인 한 명씩 등록하기도 딱 좋다. 그렇지만 게임 자체가 기존의 연애 게임 공략의 공식이 하나도 통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점이 특징이다.



일단 연애 게임 공략의 기본은 중요한 선택기에서 저장을 한 후에 하나씩 시도하는 것을 반복하여 가장 좋은 대답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인데, 게임 패키지 내부에 또 하나의 숨겨진 저장 기능이 있기 때문에 선택기에서 저장하고 수틀리면 저장하지 않고 종료한 다음 불러오는 방법이 안통한다. 전원이 꺼지면 가장 최근에 저장한 곳으로 되돌아가기는 하지만, 히로인의 호감도가 대폭 하락하기 때문이다.




[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계절과 시간에 따라 옷과 헤어스타일이 달라진다 ]


그뿐 아니라 선택기 역시 현실을 반영해서 완전히 랜덤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저장한 데이터를 불러온다고 해서 100% 재현되는 것도 아니다. 괜히 히로인 호감도만 까먹게 되고, 저정안하고 종료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히로인이 삐져서 데이터 불러오기도 불가능해진다. 그럴 경우에는 NDS의 마이크로 잘못했다고 일본어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지만 겨우 풀어준다.



처음에는 화내는 것이 신기해서 여러 번 저장 안하고 종료했다가 결국 잘못했다고 빌고 난 이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정상적으로 저장하고 게임을 종료하게 되었다. 잘못했다고 빌면서 머리속 한 구석에서는 인간의 중요한 존엄성이 사라지는 듯한 이성적인 판단이 들었지만, 곧 절대 다수인 게임을 하고 싶은 감성적인 사고방식에 밀려버렸다.



가상 현실 연애 커뮤니케이션의 미래

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러브플러스라는 게임은 연애 어드벤처 게임이라기보다는, 꽃다운 10대 후반의 학창 시절을 가상의 연인과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그래서인지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는 여성층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설정된 패턴의 히로인에 맞춰서 고정된 방식으로 호감을 얻어서 해피엔딩으로 가던 기존의 게임들과는 달리,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의 일상과 연애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보통 게임을 한다고 하면 몇십 분에서 최고 몇십 시간까지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러브플러스는 리얼타임 모드에서는 하루에 10여분 정도만 신경을 써 줘도 오랫동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 홍보 문구에서는 평생 즐길 수 있다고는 하나 이번 성공으로 인해 2편이 제작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심지어 제작자 역시 2편이 제작되면 데이터 연동을 해서 오래오래 즐기도록 만들 예정이라는 언급이 해외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그러니 후속작이나 벤치마킹작이 등장할 확률이 있으니 평생은 즐기지 못하겠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붉은색이나 녹색 머리카락의 히로인들과는 달리 친숙한 검은색 머리카락의 히로인들과 같은 시간대를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같은 휴대용 콘솔 기기인 PSP에 비해 그래픽이나 처리속도 등에서는 부족한 NDS지만, 러브플러스는 터치 기능으로 가상적인 촉감을 주며 마이크로 제한적이지만 대화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능과 커뮤니티성을 강화하여 현실감을 준다. 어쩌면 이것이 머지 않은 미래에 접하게 될 가상현실 연애 게임의 초기형이 아닐까.



그건 그렇고 당분간은 현실의 그녀와 가상세계의 그녀들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생활을 지속해야 할 듯하다. 아무리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캐릭터라고는 해도 여자의 질투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서운 법이다. 다음부터는 들키지 말고 몰래몰래 즐겨야겠다. 일단 이번은 처음이니까 어떻게 넘어갔지만 한 번만 더 걸리면 앞날이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