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스타 2010 행사에서 에픽게임즈와 함께 개발자들을 위한 맥주 파티를 열어 화제가 된 회사가 있다. 대한민국 게임개발자면 누구나 참석 가능하며, 참가비를 전혀 받지 않아 지스타를 참석한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공짜니까 말이다.


알고보면 이 회사가 지난 9월 KGC(한국개발자컨퍼런스)에서도 참가 제한이 전혀 없는 맥주 파티를 열었었다. 오랜시간은 아니지만 기자도 잠깐 초대를 받아 참석한 기억이 나는데, 지켜봤던 개발자들의 식성이 일명 “씨름부”의 그것과 비견되는 수준이어서 개인이 아닌 회사입장으로 봐도 꽤나 큰 지출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 KGC에 참가한 개발자를 위한 무료 맥주파티 현장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인벤가족들은 무제한 맥주파티를 두 번이나 개최한 마음씨 넉넉한 회사가 어딜까 생각하며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N모사들을 하나씩 떠올릴지 모르지만 답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지금으로부터 1년 8개월전 인벤과의 인터뷰(클릭!)를 통해 세상에 공식적으로는 모습을 드러낸 후,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며 2010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휩쓸다시피한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에 당당히 ‘서버 엔진’을 제공한 회사.

지금은 미공개 대작들까지 포함, 50여개 이상의 국내 온라인 게임들의 서버를 책임지고 있는 ‘게임 서버 엔진’ 프라우드넷(ProudNet)을 개발한 ‘넷텐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프로그래머였던 배현직 대표와 그의 아내, 단 둘이서 창업한 조그만 회사에 그 동안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 2인 회사로 창업한 넷텐션에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넷텐션이 새로 입주했다는 상암동 DMC 첨단산업센터에서 배현직 대표를 다시 만나던 날. 반가움과 그 동안의 호기심이 마구 교차하는, 아줌마들의 계모임을 연상시키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애써 진정시키며 넷텐션이 처음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 시점부터의 히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아내와 함께 단 둘이서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이 영세했습니다. 그때도 이미 서버엔진인 ‘프라우드넷’은 완성된 상태였고, 가격도 매우 저렴하게 판매했었는데도 아무도 찾지를 않았어요. 할부 정책까지 내세웠는데 말이죠. 프로그래머 1명도 충원하기가 빠듯했던 힘든 시기였습니다.”


게임업계의 서버엔진에 대한 인지도 부족은 배현직 대표에게는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용인에 조그맣게 시작한 사무실을 애써 유지하기 위해 결혼식 때 마련한 예물도 팔아야 했던 상황. 인터넷으로 홍보도 해보고 직접 업체를 방문해서 영업도 해보았지만 영 성과가 나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희망의 불꽃은 의외의 곳에서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2009년 초에 게임프로그래머 포럼인 GPG 스터디라는 곳에서 저희 엔진 ‘프라우드넷’이 어떤 가에 대한 글이 올라왔어요. 서버엔진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보니 실제로 사용하기에 괜찮은지를 묻는 일종의 토론글이었죠. 그런데, 거기에 프라우드넷을 이미 사용하셨던 개발자분들이 적극 추천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어요. 그때부터 갑자기 엔진이 판매되는 양이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랐죠.”



▲ 게임개발자 포럼, GPG 스터디




정확한 개수는 밝힐 수 없지만 배현직 대표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수십개의 프라우드넷이 판매되었다. 프라우드넷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늘면서 제보나 요청들도 많아졌고, 그런 것을 모두 반영하여 엔진에 새로운 기능을 붙여가다보니 프라우드넷의 초창기 버전에 비해 몇 배나 큰 규모의 서버엔진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일단 요청하는 것은 웬만하면 다 구현해주자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현재 데이터베이스 캐쉬와 분산서버 구축 기능 등도 추가되었고 윈도우 환경뿐 아니라 리눅스를 포함해서 XBOX360, PS3같은 콘솔에도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그래픽 엔진이나 미들웨어를 프라우드넷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이미 에픽게임즈사와는 협조체제를 갖추고 언리얼 엔진과 프라우드넷이 결합된 형태를 구체적으로 작업 중입니다. 그래픽 엔진과 서버 엔진을 개발자들에게 한꺼번에 제공하는 거죠”



프라우드넷의 성능과 규모가 커진만큼 가격도 오르게 되었고, 순식간에 수많은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다보니 배현직 대표 혼자의 힘으로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면서 프로그래머를 1명씩 뽑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배현직 대표를 포함해 프로그래머만 5명이 되었고 지금도 충원 중이다. 기술지원과 엔진 개발을 동시에 해야하는 넷텐션의 형편에는 아직도 부족한 인원이라는 설명이다.



▲ 넷텐션을 이끌어가는 주역들




“작년 7월인가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의 도움으로 상암동 DMC 첨단산업센터에 입주하게 되었는데요, 1년이 지난 후 실적 평가에서 3위에 들어 해외 여행권과 노트북 등의 상품도 받았습니다. (웃음) 하지만 아직도 흡족한 인력을 수급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배현직 대표가 찾는 인재상은 무엇보다 무한 애프터 서비스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서버엔진을 제공한 게임사와는 한 배를 탄 입장이라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게임의 클로즈베타. 오픈베타 때는 넷텐션 직원 전원이 약속을 비우고 비상 대기해야 한다는 것.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출동해서 반드시 해결을 봐야만하는 것이 서버엔진 회사의 숙명이란다.


“최근에 개발사들이 CBT, OBT를 진행하면서 렉으로 곪머리를 앓다가 프라우드넷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런 일이 많으면 많을 수록 저를 포함해 저희 직원들의 역량이 점점 더 커집니다. 고객사가 50개가 된다는 것은 온라인 게임 서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에 따른 노하우를 직접 체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되거든요. 우리끼리는 농담으로 일반 게임회사에 다닐 때보나 경험치를 5배 더 얻는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



▲ KGC 2010 넷텐션 부스에서..




KGC와 지스타 때의 맥주 파티도 배현직 대표가 직접 제안한 것이다. 보통 개발자들이 세미나 혹은 행사만 참석했다가 뿔뿔히 헤어지는데 그런 것보다는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프라우드넷 특유의 홍보전략도 이렇게 세워졌다.


“저희 엔진의 주 고객은 게임개발사, 그리고 게임 개발자들입니다. 그런데, 보통 개발자들은 저를 포함해 은둔스타일이 많고 외부로 잘 다니지 않습니다. (웃음) 그래서 강의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간만에 외부에 출입한 그때를 노린거죠. 게임 개발자들 술자리의 특징 하나가 게임얘기로 시작해서 게임얘기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이번 지스타때는 에픽게임즈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더 크고 즐거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프라우드넷이 세상에 알려지는데 큰 도움을 준 마비노기영웅전도 사실은 넥슨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서버 기술의 일부분이 미흡했던 것을 프라우드넷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 것이다. 배현직 대표는 넥슨 개발자들과 클라이언트 소스를 보면서 함께 고민하면서 꽤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근에 마비노기영웅전이 인터넷 환경이 매우 열악한 미국에서 별다른 서버문제 없이 서비스되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 북미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로 고공행진 중인 넥슨의 마비노기영웅전




“서버엔진을 팔다보면 정말 별일이 다 있습니다. 한번은 저희 엔진을 사용한 게임이 퍼블리셔에게 심사를 받는 날인데 게임 실행이 안되서 테스트를 못하는거예요. 긴급 출동해서 점검해봤더니 기업 방화벽에 막혔던 거였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후 버전에서는 그런 면도 감안해서 업데이트했었죠.

또 한번은 동남아에 수출되었던 모 FPS에서 발생했습니다. FPS 특성상 대량의 트래픽을 주고 받습니다만 광랜이 보편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ADSL2를 사용하는 동남아에서는 그 트래픽을 견디지 못하고 심각한 렉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때문에 프라우드넷을 급하게 업데이트를 해서 서버 송신량이 한계량을 치는지, 치지 않는지를 감지해서, 한계를 넘어가면 서버가 송신량을 분담하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엔진 가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배현직 대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초보 프로그래머 인건비 보다 싸다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특 A급 프로그래머가 만든 서버 엔진팀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보장한다는 것.


배현직 대표는 국내 사업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안정되면 다음 목표는 프라우드넷의 해외 진출이라고 밝히며 2011년의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게임 엔진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그리고 애국심도 없습니다. 엔진 시장에서 국산이라는 장점은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무조건 좋은 엔진을 만들어야 살아남습니다.

게임엔진을 개발해 오면서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지 않으면 게임 엔진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프라우드넷이 들어가지 않은 게임이 없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대한민국 게임업계분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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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서버엔진 '프리우드넷'에 많은 응원부탁드립니다. - 넷텐션 배현직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