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엔진 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단어들이 연상되나요. 언리얼 엔진, 하복 엔진, 크라이 엔진. 이런 단어들이 아마 제일감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해외 유명 엔진 개발사에서 만든 이들 엔진은 뛰어난 성능으로, 어떤 게임이 이들 엔진을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가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들 엔진은 물리 또는 그래픽을 주로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엔진입니다. 다시 말해 '서버'를 담당하는 엔진도 있다는 것이죠. 해외 에는 '빅월드'라던가 '커뮤니티엔진'과 같이 상용화된 '서버 엔진'이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전세계 최고의 서버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게임사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서버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합니다.


그런데 최근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여러 게임들을 접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된 '서버 엔진'을 구입해 사용한다면 흔히 테스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서버 다운이나 랙 현상에 대한 위험도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마침 국내에도 게임 서버 엔진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프라우드넷(ProudNet)'이라는 이름의 서버 엔진을 개발한 '넷텐션(www.nettention.co.kr)'이라는 회사입니다. 설립된 지는 얼마 안되지만 국내에서 몇 안되는 서버 엔진을 상용화 한 회사입니다. 게임사에 몸을 담고 있다가, 서버 엔진 개발로 전직(?)을 한 넷텐션의 배현직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 인터뷰는 사정상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어떤 게임을 좋아하세요.

▲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심시티로 Metropolis 급 도시를 만들어서 프린터로 출력 후 벽 한쪽을 크게 도배한 적도 있었습니다. 팰콘3.0을 1년동안 플레이하기도 했고요. 삼국지, 노부나가의 야망 등 고에이의 게임도 좋아했습니다. 최근에는 늦게나마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시작했습니다. 시간 잡아먹는 무료한 MMORPG를 왜 하는지를 알게 만든 게임이죠. 요새는 게임을 해 볼 시간이 부족해서 미치겠습니다.


= 서버 엔진을 개발하기 전에는 게임을 개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초등학교 4학년 때 MSX컴퓨터로 '스피드게임'을 만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스페이스바를 마구 두드려 점수를 내는 게임이었습니다. 소스가 BASIC 열 몇 줄 되는 작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친구들이 소스를 종이에 적어서 컴퓨터 실습실에서 따라하곤 했죠. 덕분에 스페이스바가 여럿 빠져서 결국 선생님이 스피드게임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중학교 때는 '방구차'라는 게임도 만들었는데, 영화 '후아유'에서 조승우 씨가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상업용 게임 개발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였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외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 처음 뛰어들었다가 게임개발이 1순위가 되고 학업은 2순위로 밀려났죠. 덕분에 졸업하는데 10년이 걸렸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토끼와 거북이'라는 방송용 게임을 만든 것이 첫 출시작이었습니다. '멘티사이드'라는 격투 게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후로는 '오즈'(과거에는 '카페나인'으로 불렸던) SNS 서비스의 서버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몇몇 사람들과 모여서 게임회사를 차린 후 전차전 게임 '블리츠1941'의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 온라인 전차전 게임 블리츠1941 ]



= 게임 개발을 뒤로 하고 서버 엔진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게임 개발의 여러 분야 중 특히 '서버 엔진'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 원래 게임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화려한 연출과 사람을 흥분시키는 재미 뒤에 숨어있는 각종 기교들에 매료되었고요. 게임 엔진 사업에 뛰어들고 싶은 욕심은 거의 10년전부터 있었습니다.

사실 게임 서버 보다는 게임 클라이언트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게임 서버는 화려한 연출과는 상관없는 분야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게임 서버 엔진을 선택한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게임 클라이언트 엔진은 경쟁자가 많고, 게임 서버 개발을 오래 해왔었고, 게임 서버 엔진 사업의 계기를 열어준 고마운 후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게임 엔진이라고 하면 흔히 언리얼, 하복, 크라이 엔진 같은 물리, 그래픽 엔진을 떠올리게 됩니다.

▲ 언리얼 엔진, 하복 엔진은 게임 클라이언트용 엔진입니다. 예쁘고 화려하고 사실과 같은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그러한 엔진들이 사용됩니다. 즉 게임 클라이언트 엔진은 게이머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엔진이죠. 게임 서버 엔진은 그 반대입니다. 게이머들에게 서버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랙, 다운, 버벅임, 대기시간 등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불편과 관련된 것들이죠. 게임 서버 엔진은 그러한 불편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궁극의 성능을 내는 게임 서버 엔진이라면 게이머들에게는 그 존재가 완전히 숨겨지겠지요.


= 언리얼 엔진이나 크라이 엔진은, 구입해 개발하는 것 자체로 화제가 됩니다. 하지만 서버 엔진을 구입해서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잘 없었습니다. 보통 서버는 개발사에서 직접 개발해 사용하지 않나요.

▲ 맞습니다. 게임 서버 엔진을 구매하는 회사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거의 모든 온라인 게임은 게임 엔진을 자체 개발합니다. 그래서 게임 서버 엔진 시장 자체가 아직은 작습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제품이 있으면 시장은 커지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넷텐션이 맞닥뜨리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죠.


= 예를 들어 언리얼 엔진은 구입해도 사용법을 완전히 익히는 것이 쉽지 않고, 또 게임에 맞게 튜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 때문에 개발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버 엔진 쪽은 조금 다른가요.

▲ 언리얼 엔진은 제공하는 기능이 워낙 많다 보니 사용법도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은 복잡한 사용법에 비해 결과물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개발 시간이 지연되는 것도 아깝지 않습니다. 비싼 엔진 가격도 아깝지 않은 것이고요. 서버 엔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 시간과 엔진 비용에 비해 나오는 결과물이 매우 뛰어나야 그 가치가 인정됩니다. 다행히 프라우드넷은 개발 시간을 많이 단축해 줍니다.



[ 클라이언트 엔진은 사용 자체가 화제가 된다. 이미지는 언리얼엔진을 사용한 FPS 아바 ]



= 넷텐션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 Net + Attention의 줄임말입니다. 다들 주목하세요! 라는 뜻이죠. 지어놓고 나니 발음하기 어렵더군요. 넷텐션은 설립한지 얼마 안되는 아주 작은 회사입니다. 사무실도 작고 직원수도 적습니다. 하지만 작은 거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홍보와 회사 규모 불리기에 치우치는 것을 철저히 피하고, 규모에 비해서 매우 응축률이 높은 한 개의 단단한 돌멩이 같은 회사로 크는 것이 목표입니다.


= 프라우드넷 개발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 초기 버전은 4주 걸렸습니다. 하지만 12년 동안 여러가지 게임의 서버와 네트워크 엔진들을 개발하면서 모은 노하우를 집약해서 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에 나올 엔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기 버전 출시 후 프라우드넷을 쓰는 업체들의 입맛에 맞게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다보니 초기 개발 기간보다 버전업 기간이 훨씬 기네요. 지금도 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현재의 프라우드넷은 몇 번째 버전이라고 하면 될까요. 목표하고 있는 완성도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고 보십니까.

▲ 지금까지 MMO 게임 2개, 캐주얼 게임 1개의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봤습니다. 그 중 두 개는 상용화까지 갔고요.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유용한 서버 엔진의 기준을 찾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서버 엔진은 완성도가 낮으면 대재앙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완성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기 전에 항상 많은 시험을 거칩니다.

사실 지금의 프라우드넷은 추가되어야 할 큰 기능은 더이상 없습니다. 그러나 뜨거운 감자인 멀티플랫폼 시장 추세에 맞춰 XBOX나 PS3, Wii 등 여러가지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 프라우드넷이 사용된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FPS, MMORPG, 대전액션(던전앤파이터류), 비행슈팅, SNS 서비스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AAA급 타이틀 몇 개에도 쓰이고 있는데, 입이 간지럽지만 밝힐 수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나중에 프라우드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겠습니다.



[ 개발중인 게임이 많아 대외비가 많은 듯 ]



= 서버 엔진을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 많은 업체에서 사용되고 있는 게임 엔진이라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을 불러옵니다. 회사 A에서의 건의사항이나 문제점 제보를 받아 엔진을 수정할 경우 회사 B에서 잘 되던 기능이 일부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업체 수가 많아질수록 엔진 업그레이드를 점점 신중하게 해야 하면서도 엔진 업그레이드 속도는 점점 빨라져야 합니다. 특히 서버 엔진은 조금만 잘못 작동해도 문제의 파장이 큰데다 문제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점점 개발을 신중하게 해야 하죠.


= 게임 서버 엔진 프라우드넷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나요. 서버를 선택해 게임방을 개설하고 유저들끼리 대화를 하는 로비 시스템도 들어있는 것 같던데요.

▲ 사실 로비 시스템은 다른 서버 엔진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프라우드넷은 그것을 '샘플 프로그램'으로 제공합니다. 그만큼 로비 시스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프라우드넷의 장점은 '쉬운 사용법에 비해 강력한 성능'입니다. 심지어 게임서버 개발을 전혀 모르는데도 프라우드넷을 이용해서 빠른 속도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 나가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프라우드넷에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웬만한 기능들이 이미 다 들어있습니다. 프라우드넷을 쓰는 개발자분들이 이 부분을 높이 평가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통신 기법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액션성이 강조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통신 방법과 통신량 제어가 잘 되는 서버&네트워크 엔진이 중요한데 프라우드넷은 이것을 이미 충족하고 있습니다.



= 일전에 프라우드넷을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개할 생각이 있다고 블로그에 글을 남기셨습니다.

▲ 조금씩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법률적으로 선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어 금방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임을 돈 바라고 만드는 것은 스트레스이지만, 만들어서 모두가 함께 그냥 즐기게 하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일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느꼈던 것 처럼요. 언젠가는 꼭 인디 버전을 내놓을겁니다.



[ 배현직 대표가 운영중인 블로그. blog.naver.com/imays ]



= 서버 엔진 불법복제에 대한 글도 남기셨어요.

▲ 서버엔진 뿐만 아니라 3D엔진, 개발툴까지도 불법복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재정의 열악함이 엔진 불법복제의 이유라고 나름 해명합니다. 하지만 재정 문제로 개발자들에게 줄 급여나 건물주에게 지불해야 할 사무실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투자제안을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거절했습니다. 아직까지 투자받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개발 자금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영업 활동을 폭발적으로 들어가기에는 좀 더 엔진의 뽀대를 내야 하니까요. 저의 투자받기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러브콜 쇄도” 너무 거만한가요? 하지만 투자받으려 쫓아다니는 경우 치고 제대로 회사가 된 경우를 못봤습니다.

회사를 위한 제품 개발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사업은 장사입니다. 오로지 '최상품의 물건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투자를 받아야지 '우리 회사를 불리고 뽀대있게 만들기 위해' 투자를 받는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시간을 내서 경영 마인드를 쌓고 있습니다. 충분히 자신있는 단계가 되어야 투자를 받을 최소한의 여건을 갖춘다고 생각합니다.



= 게임 개발자 출신으로 다시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 지금은 직접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많은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서 제 엔진이 쓰이는 성취감이 더 큽니다. 게임 개발보다 게임 엔진 개발에서 더 큰 가치를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익이 목적이 아닌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요즘 아이팟 게임 개발이 개발자들 사이에서 붐인데, 거기에도 관심이 갑니다. 제가 패키지 게임 개발부터 해온지라 그런가봅니다.


= 게임계 지망생들은 보통 직접 게임 개발을 하는 쪽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게임 개발에 관련이 있는 다른 분야들도 많은데, 특히 게임 서버 엔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게임계 지망생들도 있지 않을까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게임 서버 개발 관련 책이나 교육 코스 등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은 많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필드에서 부딪히는 각종 상황을 교육 코스에서 미리 배우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게임 서버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우선 컴퓨터 학문을 충실히 공부하는 것을 권고합니다. 그 다음에 게임 서버 엔진을 파고들면 훨씬 쉽습니다. 그리고 게임엔진은 게임 개발자를 손님으로 모시는 일입니다. 맨투맨 서비스정신을 갖추지 않으면 힘든 일이니만큼 대인관계와 인내심(!)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 국산품을 애용합시다. 국산품 사랑 나라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