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년 전 남코에서 괴혼(塊魂)이라는 이름의 아주 괴상한 게임을 발매하였다. 덩어리를 굴려서 각종 물건을 붙이면서 점점 키워 나가는 목적을 지닌, 플레이스테이션2용으로 제작된 게임이었다.



발매 당시 소개된 그래픽으로만 보면 3D 조형물들과 엽기적으로 생긴 주인공들로 인해, 남코에서 엽기 게임 하나 만들었구나 하는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발매 후 단순히 굴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상당히 머리를 써야 하고 상식을 초월하는 즐거움을 주는 걸작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한국에서는 원판을 뛰어 넘는 수준의 한글화가 이루어져 높은 인기를 얻으며 발매되었다.



그 후 괴혼은 PSP와 Xbox360 및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후속작이 나왔고, 올해 여름 플레이스테이션3으로 또 다른 후속편이 등장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올해 여름 발매 예정인 괴혼 트리뷰트 ]



올해 초에는 모바일용으로 발매되어 주목을 받았던 괴혼이 갑자기 5월 중순에는 온라인으로 개발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타이틀 및 오프닝 영상 등이 공개되었고, 홍보와 함께 테스트 참가자를 모집하는 등 빠르게 서비스 단계에 들어갔다.



처음 괴혼 온라인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괴혼이라는 게임 자체가 최대한 크게 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한 맵에서 어떻게 복수의 캐릭터가 덩어리를 굴릴 것인지 등 온라인용 대전의 가능 여부에 대한 의문이 가장 먼저 들었다.



또한 원작이 일본의 게임이었기 때문에 원작 개발사와의 협력 여부 및 컨텐츠 업데이트 등 해외 게임의 한국 서비스가 겪는 문제 역시 괴혼 온라인이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그렇게 괴혼의 온라인화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로 괴혼 온라인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최초의 온라인 테스트인 FGT에 참가를 했다.



원작 재현도가 높다

처음에 덩어리를 굴릴 때는 압정이라던가 과자 부스러기 등 매우 작은 물건을 붙여 나가는 것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대형 고층 빌딩 및 별까지 붙여 나갈 정도로 커져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드에 배치되어 있는 각종 물건을 어떤 순서대로 붙여 나가야 하는지 머리를 쓰는 과정을 즐기는 게임이다.



그래서 낮은 난이도에서 덩어리를 굴릴 때는 단순히 되는 대로 굴려도 큰 부담이 없지만,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각종 사물의 크기를 고려하여 계획적으로 붙여 나가지 않으면 시간 내에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원작에서는 그렇게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을 절묘한 사물 배치를 이용하여 같은 지형이라고 해도 다른 느낌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제작하였고, 그것이 괴혼의 난이도 조절과 인기의 비결이다.



괴혼 온라인의 개발에 관한 발표에 많은 괴혼 팬들이 걱정한 것이 바로 그 밸런스 문제였다. 굴리기 쉽게 그냥 물건을 뿌려 놓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에서는 사물 및 난이도 밸런스 문제를 찾아 보기 어려웠다.



기존에 콘솔판에 구현되었던 유명한 지형을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여 친숙함을 줌과 동시에, 난이도 조절 역시 적절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에서 일본어로 되어 있던 부분은 전부 한글화되었고, 우주를 느끼게 하는 아바마마의 대사 역시 그대로 재현되어 콘솔판을 즐겼던 사람들 역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시리즈 전통의 로딩 화면도 건재하다 ]



심지어 괴혼 시리즈의 팬인 지인 중 한 사람은 원작사인 반다이남코에서 모든 컨텐츠를 다 만들고 한국에서는 서버 기술과 한글화만 담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작 재현도가 높다는 평가를 내렸을 정도이다.



안정적인 클라이언트, 그러나 최적화는 조금 부족

이제 와서 온라인 게임의 테스트에서 서버 상태를 짚고 넘어가는 것은 조금은 부끄러운 현실이겠지만, 최근 발표된 온라인 게임들에 비하여 서버 상태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물론 게임 진행 중 서버와의 접속이 끊겨서 빈 방에서 혼자 굴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지만, 로비나 덩어리를 굴리는 중 갑작스런 서버다운 등의 문제는 보기 어려웠다.



클라이언트의 용량 역시 최근 몇 기가를 우습게 넘나드는 고용량의 클라이언트에 비하여 500MB를 조금 넘는 적은 용량으로 다운로드 시간이 적게 걸리고 설치도 빨라서 쾌적하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게임 구동을 위한 사양 안정화는 조금은 부족했다. 게임 자체가 3D 그래픽을 이용하였고, 지형 곳곳에 수 많은 물건들이 뿌려져 있기 때문에 시스템에 대한 부하가 적지 않다는 문제가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권장 사양 이상의 PC에서도 덩어리를 굴리는 중간에 조금씩 랙이 걸렸다. 그러나 FGT이기 때문에 아직은 충분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가끔씩 게임 중에 접속이 끊어진다 ]



대전 모드보다 솔로 플레이가 더욱 재미있다

괴혼 온라인에서는 콘솔판과 마찬가지로 솔로 플레이 모드인 싱글 게임을 제공한다. 싱글 게임에서는 혼자서 덩어리를 굴리면서 빨리/크게/특정/스페셜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각 난이도와 지형이 다르고 여러 가지 숨은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싱글 게임도 상당한 재미를 준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제공하는 싱글 플레이 모드는 튜토리얼 또는 이벤트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오랫 동안 즐기는 것이 쉽지 않지만, 괴혼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싱글 플레이는 과거 콘솔판으로 발매되었던 버전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원작의 재미를 그대로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싱글 플레이 자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싱글게임 진행 중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숨겨진 지형인 스페셜 맵이 등장하고, 이 조건을 채우기 위해 지형 곳곳을 헤집고 다니거나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하는 등 다양한 도전거리를 제공한다.




[ 싱글 게임 중 스페셜 맵을 발견했다 ]



물론 온라인 게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상 대전 플레이 모드인 대전 게임도 제공하지만, 실제로 테스트 기간 중 파티 플레이를 하기 위한 방이 매우 적었다. 대부분 싱글 플레이가 대전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평가였다.



대전 게임을 위한 지형이 싱글 게임에 비하여 매우 좁기 때문에 끊임 없이 다른 캐릭터들과 다퉈야 했으며, 그로 인해 괴혼의 재미 중 하나인 ‘굴려서 크게 만들기’를 즐길 수 없었다. 대전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일부러 지형을 좁게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과도하게 좁은 지역으로 인해 넓은 지역에서 굴리던 것에 비하여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다채로운 아바타 꾸미기와 상점

괴혼 온라인에서는 싱글 게임이나 대전 게임을 완수하면 게임 머니인 혼을 얻을 수 있다. 혼을 이용하여 주인공 왕자 외의 사촌이나 각종 꾸미기용 아이템 및 굴리기용 덩어리인 코어를 구입할 수 있다.




[ 상점에서 아바타나 코어를 구입 가능 ]



각종 코어나 꾸미기용 아이템들에는 다양한 효과를 지닌 것들이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대전 게임을 유리하게 진행한다. 또한 거미줄 등과 같은 소모품들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방해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전 콘솔판에서 특정한 사촌들을 입수하기 위하여 같은 지형을 셀 수 없이 반복했던 고생이 괴혼 온라인에서는 간단하게 구입으로 해결되니, 괴혼과 같은 퍼즐형 액션 게임에 약한 사람도 시간을 들여서 혼을 모으면 충분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완성도는 높지만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기존 플레이스테이션2 버전을 기반으로 제작된 괴혼 온라인은, 올해 여름 발매될 최신작인 괴혼 트리뷰트에서 사용된 카툰 렌더링이 온라인 버전에는 적용되지 않은 점이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완성도가 높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존 콘솔판을 해 본 사람의 의견이다. 괴혼을 처음 접한 사람이 가장 의문을 갖는 “왜 굴려야 하는가?”라는 목적을 게임 내에서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 대전보다는 솔로 플레이가 더욱 재미있었다 ]



사실 괴혼은 굴리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얻는 게임인데 굳이 굴리는 목적을 찾을 필요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굴리는 재미를 부여하고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치가 이번 테스트에서는 부족했다.



특히 대전게임 부분이 가장 동기부여가 약했다. 일단 방이 있으니까 들어가본다는 느낌 외에는 대전게임을 할 경우 보상이라던가 혜택 등 싱글게임보다 좋은 점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테스터들은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 혼자 즐길 수 있는 싱글게임 위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싱글게임 자체도 원작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매우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 게임을 표방하는 괴혼 온라인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전게임의 혜택 및 재미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아직 완성된 게임이 아니고 맛배기에 가까운 테스트였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될 다른 컨텐츠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클라이언트의 최적화 및 게임 플레이 동기 부여 부분이 강화된다면 콘솔 게임의 성공적인 온라인화 사례 중 하나로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테스트였다.




[ 임무를 실패하면 처절한 응징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