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드 왕은 먹는 것을 너무 사랑합니다. 하루는 그의 조카 헬렌 공주가 그를 방문했어요. 왕은 여전히 먹는데 열중하며 추억에 잠겨있었죠. 하지만, 그 때 갑자기 200년 내로 볼 수 없었던 큰 토네이도가 불어왔어요. 가축, 집 그리고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바람에 날라가 버렸어요. 지그문드 왕의 성도 모두 날아가 버렸죠.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어요.

(중략)…

재기있고 용감하기로 유명한 아서라는 기사가 왕의 부름을 받고 달려왔어요. 그는 말했어요. "공주를 집으로 모셔야 하며 파괴된 마을도 다시 복구시켜야 합니다". 지그문드 왕은 그가 성공적으로 임무 수행을 하면 웅장한 성을 선물로 주기로 약속했죠. 하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훌륭한 기사는 대가를 바라지 않아요. 그들은 오직 영웅적인 행동이나 사랑에만 관심이 있으니까요.



200년 만에 덮친 토네이도로 초토화가 된 왕국을 재건하고 왕국의 재건과 함께 정비된 길을 통해 삼촌 집에 놀러간 헬렌 공주를 집으로 데려가야 하는 것, 이 것이 바로 러시아의 게임 개발사인 네보소프트(NevoSoft)가 만든 ‘공주를 위한 나의 왕국(My Kingdom for the Princess)’이라는 캐쥬얼 게임의 내용.


본래 지난 7월에 출시된 게임이지만 국내에서는 9월이 넘은 최근에 노리박스나 일부 포탈의 게임팩 서비스를 통해 ‘오! 마이 프린세스’라는 제목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원 게임 첫 시작 화면 - My Kingdom for the Princess라는 제목]


[국내판 첫 시작 화면 - 오! 마이 프린세스]



마치 어렸을 때 접할 수 있던 동화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게임이지만 내용으로 유추하여 액션이나 RPG 장르의 게임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시뮬레이션 장르에 가까운 아케이드 형 퍼즐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궁극적 목표는 토네이도가 날려버린 지그문드 왕의 성을 짓는 것.


성을 짓기 위해서는 총 네 개로 구성된 스테이지에 각 10개 정도로 배정된 미션들을 정해진 시간 내에 클리어하면 된다. 가장 첫 미션인 1.1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아주 작은 초가집 하나가 지어지고 그 이후로 미션을 클리어 할 때마다 초가집이 벽돌집으로 바뀌고 울타리가 붙고 굴뚝이 붙고 감시탑이 붙는 등 점차 성으로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식이다.


[1.1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작은 오두막만 덩그러니 나타나지만...]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록 점차 성의 모양을 갖추게 됩니다]



결국 전체적인 스토리는 존재하지만 스토리의 진행은 각 스테이지가 시작하거나 끝날 때에만 슬라이드 식의 이미지와 자막으로 나오는 정도의 비중을 갖는 것. 스토리 자체보다는 게임의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것에 플레이어가 더 비중을 두면 되는-전형적인 미션형 캐쥬얼 게임의-형태를 띄고 있다.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한 게임의 조작법은 매우 간단하다. 마우스를 통한 클릭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 게임 방식 또한 간단한 편이다. 마우스 클릭을 통해 필드에 놓인 자원을 클릭하면 일꾼이 자동으로 그 것을 채취하고, 그렇게 모인 자원들을 소모하며 길을 이으면 된다. 길 중간에 놓인 장애물도 마우스 클릭을 통해 없애버릴 수 있다. 이렇게 시작지점이 되는 곳에서 출구지점이 되는 곳까지 길을 뚫거나 이어서 공주를 태운 마차가 지나가게 하면 되는 것이다.


[중간 중간이 막혀 있거나 끊어져 있는 도로]

[길을 만들어 공주를 태운 마차가 무사히 출구 지점까지 가도록 하면 미션 클리어~]



대신 이 일을 주어진 시간 내에 해야 한다. 시간을 카운트 하는 게이지 바가 등장하는데 게임이 시작하면 꽉 차 있던 게이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줄어든다. 그 시간의 2/3가 지나면 ‘날이 저문다’는 개념이 되고 그 이후부터 남은 1/3의 시간이 지나도록 미션을 해결하지 못하면 게임은 미션은 실패하는 것.


1/3의 시간마저 모두 소모되기 전에 클리어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는 있지만 ‘날이 저물기’ 전에 미션을 해결하지 못하면 성이 지어지지 않으므로 결국 미션 당 주어지는 시간은 게이지바의 2/3 정도인 셈이다.


[왼쪽 상단에 있는것이 시간 게이지바 - 날이 저물기 전에 미션을 클리어하면 성이 점차 확장!]



미션이 진행될수록 이어야 하는 길이 많아지고 뚫어야 하는 장애물도 많아진다. 이에 따라 필드에 놓인 자원의 수도 늘어나긴 하지만 필드에 놓인 자원의 대부분은 한 번 채취하면 끝. 자원의 일부는 리젠이 되기도 하지만 주기가 느린 편이다.


또한 게임안에서 플레이어가 행하는 대부분의 행동에는 자원이 소모되는데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길을 잇거나 장애물을 뚫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대부분의 길 중간이나 끝에는 자원이 있거나 미션 클리어의 조건 중 하나인 요소들이 있어서 꼭 이어야 하는 곳이 많은데 여기에서 어떤 자원을 먼저 채취하고 어떤 방향의 길을 먼저 뚫느냐 하는 것도 미션의 성패에 영향을 준다.


[여러갈래의 길이 있을때 무엇을 먼저 이을 것이냐도 관건]



이것 외에도 채취한 자원을 어떻게 운용하느냐 역시 미션의 클리어 여부를 결정한다. 모자란 자원을 생산해낼 수 있는 건물 중 무엇을 먼저 지을 것인지, 건물의 업그레이드를 시킬 것인지, 일꾼을 더 생산해 낼 것인지, 일꾼에게 어떤 일을 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 등, 단 한 개의 결정을 통해서라도 주어진 시간 내에 그나마 빠듯하게라도 클리어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따라서 스테이지에 따라 주어지는 시간도 갈수록 모자라게 됨을 느낄 것. 또한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남은 시간과 미션의 진행 정도와 비교하여 다시 시작 할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한 번 해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성취감도 크다.



하지만 무언가 논리적인 계산이나 사고 등이 필요할 정도의 게임은 아니다. ‘무엇을 위해 무엇이 얼마가 필요하니 얼마의 일꾼으로 무엇을 모으고 건물 업그레이드는…’ 식의 전략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 계산을 해 낸다면야 더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단순한 직감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만들어 온 자신만의 빌드로 게임을 진행해도 된다. 그게 안 통하면 그냥 다르게 해 보면 되니까. 무엇보다도 게임을 하다보면 무엇을 먼저 짓고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익혀진다. 안 익혀져도 상관없다. 역시 다시 해 보면 되니까. 그리고 다시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걸 또 해야 하나'하는 짜증보다 진행 방식의 다양화를 꾀하는 데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보다 큰 편이다.


[한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다시 플레이 하기도 가능]



스테이지마다 플레이어가 해야 하는 행동과 목표는 동일하지만 필드의 컨셉과 그에 따른 건물의 디자인, 치워야 하는 장애물 등이 달라진다. 또한 일종의 필수 추가 미션 개념의 것들도 존재한다. 기본적인 길 잇기 미션에 더해 필드에 놓인 특별한 자원을 모아야 한다거나 길을 다 잇고 나서 일정 자원을 얼마 이상 모아야만 클리어가 되는 스테이지도 존재한다.


[길을 잇는 것 외에 추가 미션도 존재 (화면 좌측 상단의 시간 게이지바 위에가 미션 클리어 조건)]



또한 길을 막는 유령이 있어 그 것을 없애려면 사원을 지어야 하기도 하고 틈틈히 박쥐가 등장해서 마우스로 마구 클릭하여 없애서 일꾼들이 안심하고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하는 등의 세부적 재미 요소도 존재한다. 이 외에도 화면의 하단에서 채워지는 게이지바는 채워질 때마다 그 만큼을 소모하면서 추가적 동작을 가능하게 해줌으로서 게임 진행시 잘 활용해야 하는 전략적인 아이템이 된다.


[화면 하단에 있는 게이지바는 게임 진행을 도와주는 보너스 요소들]



아마도 계속되는 ‘길 잇기’라는 미션과 클리어할 때마다-어떻게 보면 단순히-어려워질 뿐인 난이도에서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없애려는 흔적으로 추측되는데, 이러한 단순한 요소들을 통해 작게는 일꾼의 움직임에서 크게는 소모해야 하는 자원의 개수에 따른 난이도에까지 이르는 나름의 재미를 이끌어 냈다.


[일꾼의 움직임도 귀엽고(상좌우) 추가 재미 요소들도~(하좌:유령, 하우:박쥐)]



꽤 독특한 느낌의 일러스트 이미지와 부드러운 느낌으로 자연을 표현해 낸 맵, 도트로 구성된 아이콘과 볼수록 정이 가는 일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리고 어렵지 않은 난이도와 은근한 중독성. 하지만 비슷한 류의 다른 게임과 특별하게 다르다고 할만한 무언가는 없는 편. 그렇기에 캐쥬얼 게임을 즐기지 않는 게이머라고 할지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만한 무난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게임의 플레이 시간이 짧은 편이라는 것은 단점. 10분 내외의 짧은 미션이 계속되어 특히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모든 미션을 한번에 클리어 한다면 반나절 만에라도 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길게 잡아 오래하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심심할 때, 한가할 때 등의 시간 때우기 용이나 마땅히 할 게임이 없을 때,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등의 휴식 용에 적합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행위가 반복되지만 지루함 보다는 행동을 취할 때의 다양성과 클리어시의 성취감에서 재미를 느낄수 있는 게임. 그래서 정신 차리고 나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게 하는 게임. 적당한 난이도와 적당한 재미를 지닌 게임. 이 정도로 총평.


이 게임의 데모는 개발사인 네보소프트 공식 홈페이지 [클릭]빅 피쉬 게임즈 홈페이지 [클릭] 를 통해 다운받아 플레이 해볼 수 있다. (국내판 데모는 아쉽지만 현재 제공이 안되고 있는 상태.) 캐쥬얼 게임은 의미 그대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인 만큼 데모만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니 기회가 되면 찾아가 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