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베타 초반 대부분의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넘어야 하는 관문중 하나는 아이템/게임머니의 복사와 경험치 버그 문제이다.


기억을 더듬어봐도 대다수의 게임들이 오픈 베타 초반기에 이런 문제를 한번쯤 겪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 않은 게임도 있겠지만, 사실 요 근래 이름 좀 알려졌다 하는 게임들 중에서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캐릭터의 성장을 근본 전제로 깔고 있는 RPG 의 게임의 특성상 경험치 버그 및 게임머니/아이템 복사는 초대형 태풍의 위력을 지닌다. 다른 칼럼 기사에서 몇번 이야기했지만, "플레이 타임이 부족하거나 컨트롤이 부족하거나 정보가 부족해서 남보다 뒤쳐지는 것은 인정할 수 있어도, 치트나 버그 같은 불공정한 사유로 인해 남보다 뒤쳐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이 터졌을 때는, 해당 사건이 일어났느냐보다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하느냐가 향후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찻잔속의 태풍으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무기력하고 잘못된 대응이 소문에 소문을 낳아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져 치명타를 입기도 한다.


이런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바로 운영이 안고 있는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운영이라는 말 자체가 좁게는 GM 의 응대 업무를, 넓게는 (개발, 업데이트, 마케팅을 포함한) 게임 서비스의 전반적인 조율을 가리키는 등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게이머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차원에서 놓고 보자면,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게임사와의 모든 관계를 '운영'으로 통칭하게 되며, 특히 태풍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게이머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가 여론의 흐름을 좌우하게 된다.






이런 유저와의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놓고 볼때, 며칠 전 YS 온라인에서 있었던 아이템 복사 사건에 대한 대응은 매우 좋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3일전(7월 17일 제헌절)에 일어난 아이템 복사 사건이지만, 지금은 복사 사건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복사 사건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두가지로, 첫번째는 복사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의 게임 여론이며, 두번째는 복사 사건 직후의 기동력있고 신뢰성있는 대응이다.


첫번째로, YS 의 아이템 복사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의 여론 상태는 우호적이었거나 게임사에 대한 적대감은 없었다.


클로즈 테스트 때와는 달리 오픈 베타 이후 서버는 매우 안정적이었고 별다른 버그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안정적으로 접속해서, 안정적으로 파티를 맺고, 안정적으로 사냥을 해서 렙업을 하는 일반적인 패턴이 원활히 잘 돌아갔다는 뜻이다.


YS 온라인은, 패키지 전작과는 달리 좋은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없다. 한국형 MMORPG 라 불리는 일반적인 사냥 위주의 게임과 매우 흡사하며, 리니지2와 유사한 파티형 플레이를 주로 하고 있다. 리니지2와 매우 유사하지만, 컨텐츠는 리니지2에 비해 꽤 떨어진다. 게임 평점을 매겨본다면 썩 높은 평점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리니지와 아주 흡사한 R2 가 일정정도의 상업적 성공을 이루어낸 것처럼, 안정적인 사냥과 레벨업, 그리고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아직 YS 에 추가되지 않은 PvP 형 컨텐츠가 무난하게 정착한다면 상당히 오랜 생명력을 지닐 게임이다.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았지만, 익숙한 형태의 게임이었고 중요하게는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에 우호적 분위기가 유지되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큰 문제가 일어났을 때 초기에 여론의 향방이 급격하게 쏠리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닌다.


잦은 버그나 서버 다운으로 적대감이 높은 분위기였다면 일거에 이 소문이 게시판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었겠지만, YS 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호감도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실수를 해도 어느 정도 감안해주는, 그런 분위기였달까... 그래서 YS 는 그만큼 복사 사건의 대응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 당일날 올라온 관련 공지중에서 ... ]



두번째는 기동성있게 빠른 타이밍에 신뢰감있는 대응을 했다는 점이다.


복사 같은 사건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그 파장은 증폭된다. 한시간에 두배로 증폭된다치면, 열시간이 지나면 2의 10승, 즉 1,024 배로 증폭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형태로 커져 나간 다음에는 진압에 무척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설사 진압을 하더라도 파장은 매우 오래간다.


그런데 이스는 공휴일인 제헌절이었음에도, 해당 사건이 제보된지 불과 한시간 반만에 바로 서버를 내리고 3시간의 점검에 들어가 복사 버그를 수정했다. (기자가 확인하기로는 첫 제보는 오후 6시, 서버 점검은 오후 7시 30분이었다)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복사 사건이 제보되고 복사가 확인되고 유저들에게 막 퍼져나가기 시작할 정도의 타이밍인데 확산되기 전에 조기 조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확산이 방지될 수 있었다.


복사나 버그에 대한 로그 조사를 할 경우, 매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이템의 생산 경로, 이동 경로, 생산과 이동 과정에서의 버그 사용 여부, 악용자인가 선의의 피해자인가 여부 등을 일일이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한순간에 나오지 않는 결과이다.


따라서 이런 기동성 있는 대응은 선의의 피해자 및 악용자 양산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지기 전이기 때문에 적대적 여론이 형성될 틈도 없고, 조사를 할 대상자 자체가 많지 않아 로그 조사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공지를 통해 개인상점을 통한 비정상적 아이템 생산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점검 이후 '악용자는 블럭 조치하고, 선의의 피해자는 조사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압류했다가 조사 후 해제하겠다'라는 내용을 게이머들에게 알려주었다.


앞선 문단에서 말했듯이 조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형 사고 터지면, GM 들이 며칠 밤을 새면서 일일이 데이터를 조사하게 된다. 당연히 다른 업무는 마비되고. 따라서 최종 결과 발표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마련이다.


만일,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말씀드릴 수 없다'라는 형태로 공지가 나왔다면 ? 게이머들은 과연 게임사가 합리적으로 조치를 할 것인가의 여부에 대한 후속 논쟁이 붙고, 조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버그 아이템을 사용하여 레벨업을 하는 사람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을 것이고, 파장은 계속 확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와 같은 향후의 방침에 대한 공지가 나옴으로써 더 이상 복사 문제는 거론되지 않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래서 서버 점검 이후에 오히려 게시판에는 '서버 점검 3시간 때문에 레벨업 시간이 늦어졌다'라는 애교성 불평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다들 열렙하느라 바쁘다 ... ]



그래서 7월 18일 이후부터 YS 온라인에서 있었던 아이템 복사 사건은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 설사 관련 글이 올라와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모두들 열렙하느라 바쁜 것이 YS 온라인의 상황이다.


리니지2 마저도 오픈 베타 기간 동안 잔상 버그로 인해 커다란 진통을 겪었었고, WoW 도 상용화 한참 이후에 북미에서 골드 복사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인 이상 버그가 발생할 수는 있고, 앞으로 어떤 게임이든지 오픈 베타 기간 중의 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복사, 그리고 경험치 버그는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응이다.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얼마나 빠른 타이밍에 조치를 취하는가, 얼마나 빨리 입장과 방침에 대한 공지가 나오고 그 공지의 내용이 게이머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아이템 복사 사건 하나를 가지고 YS 의 미래를 점치거나 운영에 대한 총평을 내리기에는 부족할지라도, 오픈 베타 이후 만 2주가 지난 현재 상황을 놓고 보자면 운영적인 측면에서 YS 는 꽤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번 YS 온라인의 아이템 복사 사건에 대한 대응은 매우 무난하고 부드럽게 해결되었다는 점에서 오픈 베타 게임들이 한번쯤은 참고할만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한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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