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법률이나 제도의 변화가 시대의 흐름을 뒤따라가는 것처럼, 게임의 약관이나 운영정책의 변화 역시 나중에 이루어진다. 달리 말해, 게이머들의 요구나 게임내의 현실을 분석해서 게임사들이 미리미리 선제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게임의 업데이트와 마케팅은 수시로 이루어지더라도, 고객서비스의 기본 지침인 약관이나 운영정책은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업데이트나 법적,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인해 바꾸지 않을 수 없을 때, 바꾸지 않으면 매출이나 접속자에서 상당한 타격이 우려될 때, 게임과 게임사에 대한 이미지의 타격 등 평판 측면에서 큰 부담이 발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약관과 운영정책은 바뀌게 된다.


쉽게 말해 약관이나 운영정책처럼 성문화된 규칙 등은, 바꿀 수 있을 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바꾸지 않을 수 없을 때 바꾼다는 것이다.


대단히 소극적인 변화인 셈이다. 원래 조직이 커질수록 보수화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만큼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측면도 있고, 또 약관이나 운영정책의 변경을 통해 고객 서비스를 더 좋은 쪽으로 바꾸게 되면 그만큼 게임사로서는 일거리가 늘어나고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게이머들의 강력한 요구와 집요하리만치 끈질긴 행동이 약관과 운영정책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게임사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 의지의 한국인이 이끌어 낸 판결, '레이드 먹자는 횡령죄'!

    리니지2에는 실제로 이런 사례가 있었다. 한 게이머의 끈질긴 행동이 법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결국 리니지2 뿐만 아니라 아이온과같은 엔씨소프트의 다른 MMORPG 게임들의 운영정책까지 변경시킨 것이다.


    리니지에서도 그랬지만 리니지2의 대표적 보스 몬스터로 안타라스라는 드래곤이 있다. 한때 리니지2에서 이 안타라스를 잡기 위한 레이드는 해당 서버 전체의 축제이자 전 서버의 관심사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WoW 로 비교하자면, 새로 업데이트된 인던을 어떤 공격대가 먼저 클리어하는지 랭킹을 매기고 어떤 아이템이 나오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안타라스 레이드는 파티나 수십명 단위의 참가가 아니라 수백명 단위의 참가가 기본이었다. 본서버에서 단 한번도 안타라스가 잡히지 않았던 시절, 기자도 리니지2 테스트서버에서 1,500 명이 동시에 참가한 안타라스 레이드에 참가해서 기사를 쓴 적도 있었고, 1,500 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으로 인해 서버가 여러차례 다운되었음에도 서버를 계속해서 살려 결국 레이드 성공을 가능하게 한 서버 관리팀에 대해 과도한 칭찬의 멘트를 늘어놓은 적도 있었다.


    점차 장비와 레벨이 업그레이드 되어 본 서버에서 안타라스 레이드가 종종 행해지게 된 이후 발생한 문제는 다름아닌 레이드 먹자였다. 최고의 몬스터였던 만큼 드랍되는 아이템의 양과 가치도 어마어마했기에, 한번 먹으면 게임내에서나 현실에서나 상당한 돈을 만질 수 있었기에, 먹자는 끊이지 않았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자주 다루어졌다.


    먹자가 횡행하던 2005년 12월 말, 리니지2의 13서버인 아이린 서버에서 280 명 가량이 진행한 안타라스 레이드 역시 먹자가 싹쓸이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특히 기억되는 것은, 이날의 레이드에 참가했던 유저들이 먹자를 고소해서 재판에서 이겼고, 리니지2의 운영정책을 바꾸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리니지2의 운영정책은, 익히 짐작할 수 있듯이 '유저들간의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였다. 따라서 레이드 먹자에 대해 제 아무리 진정을 넣고 항의를 하고 시위를 해도 GM의 불개입 방침은 변경되지 않았다. 먹자 방지를 위한 몇번의 시스템 업데이트를 했지만, 시스템의 헛점을 찾는 먹자의 두뇌가 훨씬 더 뛰어났고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레이드 먹자가 획득한 아이템을 회수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고사하고, 먹자의 계정에 대한 아무런 제재조치도 없었다. 아무리 지역적 차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동일한 시기 일본의 리니지2가 레이드 먹자가 발생할 경우 GM 이 직접 개입해서 해결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분통터질 일이기도 했다.



    [ 리니지2, 사건 당시 13서버의 레이드 먹자를 조치하라는 1인 시위중 ... ]


    결국 이날 레이드에 참가한 280 명중 100 여명이 피해자 명단을 작성해서 한 게이머에게 넘겼고, 이 게이머는 법무사와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아 고소장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을 맡아 조사하던 경주경찰서의 게시판은 한때 먹자를 처벌해달라는 리니지2 게이머들의 글이 러쉬하기도 했고, 이 사실이 일부 신문을 통해 뉴스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2005년 12월 말에 발생한 아이린 서버의 안타라스 먹자 사건에 대해 법적 판결이 난 것은 2007년 3월 초. 재판부는 먹자에 대해 횡령죄라는 유죄판결을 내리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대부분 포기하고 말던 먹자 사건에 대해 끈질기게 이의를 제기하고 법정까지 가져간 의지의 한국인이 거둔 승리였다.


    재판 결과가 나오고 리니지2의 운영정책에는 드디어 다음과 같은 조항이 추가되었으며, 레이드 먹자는 비신사적 행위로 간주되어 GM 이 개입하여 해결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으며, 레이드 먹자는 계정 압류라는 조치가 뒤따르게 되었다.


    ◆ 리니지2의 비신사적 행위 정책 (레이드 먹자 관련)


    10.8 특정 몬스터 레이드 이후 다수에게 돌아가야 할 보상을 특정 캐릭터 또는 소수그룹만 한정적으로 차지하는 것은 비 신사적 행위로 간주됩니다.

    ※ 리니지와 아이온의 운영정책에는 이 조항이 없습니다.


    ◆ 아이온과 리니지2의 레이드 먹자에 대한 이용제한 정책


    게임진행 방해 및 비신사적 행위(1차 30일 계정정지, 2차 영구정지):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어 게임진행을 방해하거나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비방/ 조롱/위협 등의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 (단,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에 상당한 폐해를 끼칠 경우 1차에 계정 영구 제한 가능. [예:레이드 먹자 행위 등])

    ※ 아이온에는 레이드의 먹자를 비신사적 행위로 규정하는 조항(리니지2의 경우 10.8)이 없으나, 이용제한 정책상 레이드 먹자를 리니지2와 동일하게 비신사적 행위로 간주하여 계정을 영구정지시킨다고 되어 있습니다 .


    리니지2에서 레이드의 기준 (먹자 사건에 GM이 개입하는 기준) 은 인원이 아닌 몬스터이다. 즉 어떤 몬스터를 잡느냐에 따라 GM의 개입 여부가 결정된다. 리니지2의 레이드 판별 기준을 묻는 질문에, 리니지2 관계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반복성 인스턴트 던전을 제외한 보스 및 필드 레이드를 포함하며 최대 혹은 최소 인원의 기준은 없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리니지2에서는 레이드에 해당되는 몬스터인지 아닌지를 게임내에서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레이드 먹자에 관한 처벌은 강력하다. 보통의 비신사적 행위가 1차 30일 정지, 2차 영구압류임에 비해 레이드 먹자는 1차부터 바로 계정 영구압류가 실시된다.


    이에 반해 아이온은 리니지2와 조금 다르다. 레이드 먹자가 비신사적 행위에 해당된다는 명시적인 조항 (10.8 항목) 은 누락되어 있지만, 레이드 먹자의 경우 1차 적발시부터 계정을 영구압류한다는 항목은 동일하게 존재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 운영정책을 수립할 때 리니지2를 참조하면서 세부적으로 체크를 못한 것인지, 아니면 정책이 완전하게 결정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관련해서 아이온에서의 레이드 기준 및 레이드 먹자 처리에 대한 정책 방향을 물어보았으나 2주가 지난 현재까지 답변은 오지 않았다.


    레이드 먹자는 비신사적 행위이고 계정을 영구 압류한다는 이 운영정책은 게임사가 선심을 쓴 것도,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먹자에 대해 피해를 본 수많은 게이머들이 있었고, 그 중 포기하지 않고 횡령죄로 고소하여 형사 재판까지 끌고가 유죄판결을 얻어낸 의지의 한국인이 있었다. 그런 희생과 노력을 지불하고 나서야 이 조항이 리니지2와 아이온의 운영정책에 삽입된 것이다.


    말마따나, 공짜 점심은 없다!



  • 먹자 정책? WoW 는 2005 년의 리니지2 수준!

    레이드 먹자는 어느 게임에서나 다 발생한다. 성선설이나 성악설같은 거창한 것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실 사회에서 도둑이나 사기꾼이 존재하는 것처럼 게임 내에서도 도둑이나 사기꾼이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경찰, 검찰, 판사와 같은 치안, 사법 기관이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게임사가 아니라면 그 일을 처리해줄 사람이 없다. 더군다나 게임사가 '우리 정책상 처리해주지 않는다'라고 하면 게이머 입장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셈이다.


    레이드가 중심인 WoW 에서는 레이드 먹자가 꾸준히 발생해서 게임 내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레이드 먹자에 대한 정책이 없다.


    게임의 시스템이 다르기에 리니지2와 일률적으로 비교를 할 순 없지만, 레이드에서 나온 아이템을 먹고 튀는 사람도 있고, 골드 막공에서 레이드 공격대원들이 나누어 가져야 할 공동 자금을 들고 튀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WoW 의 게시판이 한번 들썩이고 이 사건을 고발한 글은 성지순례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명 닌자라 불리는 WoW 의 레이드 먹자, 특히 골드 막공에서 골드를 들고 튀는 일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이유는 단 하나, 게임사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이며, 서버이전과 캐릭터 이름 변경을 통해 결과적으로 먹자에 대한 안전한 도피처까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먹자를 하면 해당 서버내에서 더 이상 레이드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WoW 는 서버이전이라는 또 하나의 수단이 있다. 서버를 이전하면서 캐릭터 이름을 바꿀 수도 있는데, 이때 어느 서버로 이전했는지 어떤 이름으로 바꾸었는지를 다른 유저들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한번 눈 질끈 감고 먹자를 하면 아무런 제재조치도 받지 않을 뿐더러, 다른 서버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넉넉한 게임머니와 함께 아주 풍요로운 게임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게 된다.



    [ 골드 들고 튀어라 ? 닌자 사건이 발생한 현장 ... ]


    이런 먹자(or 닌자)에 대해 조치를 요구할 때마다 게임사의 답변은 '먹자는 유저들간의 일이며, 골드 막공은 게임사가 제공한 룰이 아니다'라는 한결같은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운영정책을 살펴봐도 파티나 레이드시의 먹자 행위는 사기가 아니며 GM 팀이 조사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을 정도이다.


    ◆ WoW 의 레이드 먹자 관련 정책


    운영정책 중 사기 항목의 2. d 파티 플레이 중에 파티 멤버가 은근슬쩍 아이템을 집었습니다. 아이템을 다시 찾을 수 있습니까?: 아이템을 집을 차례가 아니지만 자기 마음대로 아이템을 집은 고객은 사기 행위라 볼 수 없으며 GM팀이 조사 하지 않습니다.

    ※ WoW 의 경우 공격대와 레이드 먹자에 대한 별다른 조항이 없이 사기 관련 항목에만 먹자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런 정책은 '유저들간의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2005년과 2006년도 리니지2의 답변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리니지2는 진즉에 바뀌었고, 그후 레이드 먹자에 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먹자를 하면 계정이 영구압류되고 아이템은 GM 이 모두 회수하여 레이드 참가자들에게 되돌려주기 때문에, 먹자를 할 이유와 목적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먹자 후 덤핑 현금 거래로 다른 사람에게 재빨리 팔고 튀면 되겠다 싶겠지만, 압류당하거나 회수당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상대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재산상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에 해당되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된다. 따라서 이런 일을 자행하면, 횡령죄에 이어 사기죄까지 걸리는 셈이다.


    '먹자는 유저들간의 일이며, 골드 막공은 게임사가 제공한 룰이 아니다'라는 블리자드의 정책은, 말 그대로 블리자드의 정책이자 입장일 뿐이다. 개입하면 안된다는 법적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리니지2가 오래 전부터 레이드 먹자에 대해 개입하는 정책을 쓰고 있었던 것처럼, 서비스를 하는 지역의 실정에 맞추어 지역별로 운영정책을 얼마든지 달리 가져갈 수도 있다. 불개입에서 개입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한국 리니지2의 사례도 있고, 정책 변경 이후 별다른 부작용도 보고된 바 없다. 또한 유저들도 게임사의 개입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쉽게 말해, 블리자드가 앞으로는 레이드 먹자에 대해 적절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정책을 변경해서 집행하면 되는 문제이다.



  • 게임사만 빼고 모든 유저들은 사기라고 말한다!

    WoW 에서 이슈가 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경매장 사기이다. 언뜻 그림만 보면 문제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인간 심리의 맹점이다. 그리고 사기는 바로 이런 인간 심리의 맹점을 이용한다.


    경쟁입찰가격과 즉시구매가격이 구분되어 있는 WoW에서 경쟁입찰가격을 매우 낮게 책정해서 주목을 끈 다음에 즉시구매가격을 아주 높게 책정하면, 낮은 경쟁입찰가격에 주목해서 즉시구매를 클릭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 이렇게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 실상은 그렇지 않다 ]


    물론 WoW 의 운영정책의 사기 항목에서는 '대다수의 사기범은 거래의 도구로서 경매장을 이용하려 할 것입니다. 구매 하려고 하는 아이템의 가격과 연관되는 아이템의 가격을 부지런히 확인 하시기 바랍니다. 항상 입찰하려는 아이템의 가격을 확인 하시기 바라며...' 라고 친절하게 경매장 사기를 조심하라는 내용을 삽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의도적인 행위이며,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 애초에 경매장 사기꾼은 상대의 실수를 노리고 있으며, 인간인 이상 실수는 하게 마련이다. (뒤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실수로 잘못 구매하거나 판매한 아이템의 경우 WoW 는 복구를 해주고 있지 않은가!)


    리니지에서도 초창기에는 사기에 대해 이렇게 관대했다. '검방보고 물약드립니다' 같은 고전적 사기는 물론이고 다양한 사기 수법이 횡행했었고, 리니지 역시 한때는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었다. 그러다가 유저들의 강한 여론의 압박에 밀려, 사기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고 이제 사기를 치다가 적발되면 1차부터 무조건 계정 영구압류가 뒤따르게 된다. '애자'라는 단어 역시 리니지 초창기에는 방치되었다가 커뮤니티 사이트의 기사로도 다루어지고 이에 분노한 유저들이 게임내에서 집단 시위를 벌인 후에야 비로소 계정 압류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런 조항 역시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아이온이나 리니지, 리니지2의 사기 정책에서는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기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속여서 이득을 취할 목적이라면 사기로 간주한다.


    ◆ 아이온과 리니지2의 게임내 사기 제한 정책


    11. 게임내 사기 제한 정책

    11.1 게임내 사기 행위란 '의도적으로 다른 고객을 속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이러한 행위는 게임 질서를 크게 어지럽히고 상대방인 고객의 노력을 정당한 대가 없이 빼앗는 것으로서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됨은 물론, 운영 정책에 따른 여러 제한과 법률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위입니다.

    11.4 다른 고객을 기만할 목적으로 개인상점 메시지와 실제 가격을 다르게 설정한 경우, 또는 서로 다른 아이템의 비슷한 아이콘 모양을 악용해 물건을 판매하거나 판매 시도하는 행위는 사기 행위로 간주됩니다.

    11.5 다만, 아이템의 가격은 전적으로 상점/공방/경매/위탁판매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이기에 단순히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올렸다고 사기 행위로 보지는 않습니다.

    ※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의 사기 제한 정책은 거의 동일합니다 .


    WoW 에서 경매장 사기꾼들이 골드 많다며 게임내에서 떵떵거리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현실보다 지독한 불의'일 뿐이다. 사람인 이상 언젠가는 실수하게 마련, 정당한 플레이의 댓가가 아니라 고의적, 반복적으로 타인의 실수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득을 얻는 행위는 추방되어야 할 대상이지, 실수하지 않게 조심하라고만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 고객의 실수는 가차없이? 서비스의 본질을 생각해야 ...

    레이드 먹자와 사기에 대한 판단 기준은 엔씨소프트가 블리자드보다 진일보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블리자드와 WoW 의 운영정책이 엔씨소프트와 리니지2에 비해 모든 면에서 뒤떨어진 것은 아니다. 반대로 엔씨소프트가 블리자드로부터 받아들여야 할 운영정책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게이머의 실수로 인해 아이템이나 게임머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련된 문제이다.


    엔씨소프트는 게이머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는 결코 복구해주지 않는다.


    예컨대, 아이온에서는 상대 진영을 죽이면 어비스 포인트라는 점수를 얻을 수 있고, 이 점수를 모아야만 살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 하지만, 게이머의 실수로 아이템을 잘못 산 경우 절대 복구해주지 않는 것이 운영정책이며, 이는 아이온 뿐만 아니라 리니지, 리니지2 등 엔씨소프트의 모든 게임이 동일하다. 발생 원인이 고객의 실수이며, 실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 블리자드의 WoW 는 다르다. 실수로 삭제된 캐릭터, 실수로 파기하거나 NPC 에게 판매한 아이템, NPC 로부터 실수로 잘못 구매한 아이템 등 게이머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복구해준다. 단 이런 사유로 복구를 받을 수 있는 횟수를 6개월에 1회로 제한하여 남용을 방지하고 게이머들의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 WoW 의 복구 정책


    운영정책 중 보상 및 복구 항목

    3. 이외에 고객의 실수로 분실된 경우

    ㅁ 실수로 삭제된 캐릭터에 대한 제한적 복구
    ㅁ 실수로 파기한 가상재물에 대한 제한적 복구
    ㅁ 사기로 인해 분실된 가상재물에 대한 제한적 복구
      (가상 재물이 회수될 수 있는 경우 1차에 한해서 복구)
    ㅁ 실수로 상점에 판매한 가상재물에 대한 제한적 복구 노력
      (경우에 따라 복구가 불가능 할 수 있음)

    ※ 항상 복구되는 것이 아니라, 6개월에 1회 등과 같은 복구 횟수에 대한 제한이 있습니다.

    ※ 그러나 운영정책의 사기 항목을 보면, '사기를 당하면, 그 즉시 게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문의를 하십시오. 피해자의 아이템에 대해서는 복구되지 않습니다만...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사기에 대해서 사기된 물품을 게임내에서 삭제하되, 피해자에게 복구해주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람인 이상 실수는 할 수 있게 마련이다. 서비스의 본질은 게이머가, 고객이 게임을 원활하고 재미있게 즐기게 하는 것에 있다. 남용이나 악용의 우려를 제거할 수 있다면, WoW 처럼 제한을 둔 상태에서 실수에 대해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WoW 의 6개월에 1회 복구 가능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문제시된 적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실수를 게임사를 통해 만회할 수 있는만큼 해당 서비스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시간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을지라도, 휴지통에 버린 파일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것처럼 최소한의 복구의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이머의, 고객의 어떠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운영정책은 너무 가혹한 정책이다.


    반대로 게임사도 한번이라도 버그를 발생시킨 실수를 저지른 개발자, 게이머에 대해 한번이라도 잘못된 응대를 한 GM 이라고 해서 무조건 해직시키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 정책 변경을 위해 남은 것은 게임사의 의지뿐!

    약관이나 운영정책은 게임을 플레이함에 있어서 기본적인 법률의 위치를 지닌다. 고객 서비스의 모든 기준이 약관과 운영정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게임의 약관이나 운영정책은 고정된 불변의 그 무엇이 아니라, 현실의 법률이 계속해서 개정되듯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예로 든 사례들 외에도, 리니지와 리니지2는 상습적인 제조 PK 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꾼 경우도 있고, WoW 는 환불시 계정을 삭제하던 초창기 정책을 변경시켜 삭제없이 환불만 이루어지도록 바꾼 전례도 있다.




    물론 게이머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사 나름대로의 서비스 철학이 있을 수도 있고, 게임의 시스템적인 특징이 있을 수도 있으며, 때로는 게이머들의 요구가 타당성을 지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변경된 선례가 있는 것이라면, 그리고 변경 이후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거나 해당 게임의 게이머들이 만족하고 있다면, 다른 게임에서도 벤치마킹하여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


    위의 운영정책을 변화시키라는 게이머들의 요구는 충분히 있다. 경쟁 제품이라 할 수 있는 타사의 게임에서는 이미 변화해서 운영하고 있는 선례가 있다. 변화 이후 부작용이나 악용에 대해서 별달리 문제가 되거나 보고된 바도 없다. 운영정책의 변화를 가로막는 법적인 규제 대신 바꾸어도 된다는 법적 선례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운영정책을 변화시켜 집행하겠다는 게임사의 의지뿐이다. 게임의 컨텐츠나 마케팅 기법이야 알아서 서로간에 벤치마킹을 하고 있겠지만, 이런 고객서비스를 가늠하는 운영정책도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 두 회사 모두 한국에서 최고의 히트를 기록하는 게임들을 보유하고 있기에, 두 회사의 정책이 여타의 게임사들에게 하나의 표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관련 기사 모음


    ☞ 리니지2 레이드 먹자 고소건에 대한 파이낸셜 뉴스 기사 (2006. 10. 16)
    ☞ 리니지2 아이린 서버 먹자에 대한 리니지2 인벤의 기사 (2005. 12. 19)
    ☞ 환불시 계정을 삭제하는 WoW 약관의 변경 촉구 기사 (2005. 05. 14)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