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이 제공되는 애플 앱스토어의 프로그램 다운로드 회수가 10억 건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9개월만의 기록. 현재 앱스토어에는 4만 개의 콘텐츠가 등록되어 있고, 월 평균 1억1천만건, 초당 44건의 다운로드가 일어나고 있다.


개발사가 아닌 개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 형태를 띠고있는 앱스토어는, 앱스토어를 통해 대박을 맞은 개인 개발자의 사례가 이어지면서 폭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국내에서도 대박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경기도에 사는 개발자 변해준씨는 헤비마흐(Heavy Mach)라는 게임을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5위까지 올려놓으면서 10만 달러(약 1억 4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앱스토어 시장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개인 개발자 만은 아니다. 컴투스나 게임빌 같은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는 이미 출시된 자사의 모바일 게임들을 애플 기기용으로 변환해 앱스토어에 출시하고 있다. 게임빌의 프로야구 2009는 'Baseball Superstars 2009'라는 이름으로 앱스토어 Top10에 들기도 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앱스토어는 이들 회사의 주요 사업이 되었다.


애플의 성공에 아예 오픗마켓 형 '앱스토어'를 만드는 회사들도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마켓 플레이스, 리서치인모션의 블랙베리스토어, 노키아의 오비스토어 등 해외에는 제2, 제3의 앱스토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런 움직이 본격화되고 있다. SKT, KT,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이미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으며, 게임업체로는 NHN도 앱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국산 휴대용게임기 GP2X Wiz를 출시한 게임파크홀딩스도 직접 게임을 제작해서 서로 유,무료로 공유할 수 있는 오픈마켓을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진흥원도 와플이라는 앱스토어를 준비중이다.




[ 애플 앱스토어 ]



문제는 게임.


우리나라 애플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제공되지 않는 이유가 게임심의 때문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 취미로 게임을 만들어 앱스토어로 판매하고 있는 미국의 톰에게 한국에 심의를 신청하라고 설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애플 사가 심의를 대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게임은 8600 여 개. 가장 낮은 3만원의 심의수수료로 계산해도, 심의를 받는데만 2억 5천 여 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니 애플사는 차라리 한국에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는 것이 속 편한 것이다.


심의 신청을 받는다고 해도 문제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애플 앱스토어에 8천 개가 넘는 게임이 등록되었다. 작년 한 해 게임위가 심의한 게임은 1천 개 수준. 현재의 인력으로 현재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는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게임을 모두 심의할 수도 없는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에 국내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어 올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위에 심의를 신청하려면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사업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이미 IT회사나 게임사에 소속되어 있는 개인에게 사업자등록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애플이야 게임 카테고리를 국내 제공하지 않으면 그만이라 해도, 국내에서 오픈을 준비중인 다양한 앱스토어형 오픈마켓은 그럴 수도 없다.


오픈한다 오픈한다 이야기만 무성하고 정작 국내에 오픈한 한국 앱스토어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목을 잡고 있다', '산업을 규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만한 상황인 것이다.


게임위가 '오픈마켓 게임콘텐츠 심의방안 세미나'를 연 것은 이런 배경 때문.


27일 코엑스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강원대학교 유승호 교수의 사회로, 한국사이버대학 곽동수 교수, 법무법인 디카이온 홍원의 변호사, 게임위 박태순 위원이 발제를 맡고, 한국게임산업진흥원 김민규 본부장, NHN 최승훈 실장, 게임로프트코리아 조원영 대표, 컴투스 이선 이사가 토론자로 참석해 오픈마켓 게임 심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ㅁ 우리나라 심의 제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보면 외국에서 멀쩡히 제공되는 서비스를 못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심의제도가 나쁘고 외국의 심의제도가 더 좋은 것만 같다. 홍원의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해외의 경우는 신고한 내용을 기준으로 등급을 분류하고, 신고내용과 게임물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때 책임을 묻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술심의까지 꼼꼼히 하는 우리나라에 비해 심의가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외국에는 게임물의 심의를 모두 민간자율기구에서 맡고 있는데, 그들 나라도 아직 오픈마켓에 대한 법적 제도는 구비되지 않았다는 것. 심의를 받느냐 마느냐는 자율이라 애플은 따로 심의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4단계의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우리나라가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등급에 대한 입법을 완료한 것과 달리 아직 외국에는 그 부분이 미비하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과도하게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청소년 보호와 관련한 입법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홍원의 변호사는 현재 시행중인 법 하에서도 개인 게임 개발자가 사업자등록 없이 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므로, 법 해석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ㅁ 오픈마켓 심의에 대한 세 가지 방안


'개인적인 의견'을 강조한 게임위의 박태순 심의위원은 오픈마켓 게임심의를 위한 세 가지 가능한 방안을 소개했다.


첫번째 방안은 애플, SKT 같은 서비스사 심의를 대신 신청하는 방안으로 현재 심의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많은 물량의 게임 콘텐츠를 모두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약식 심의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대학생 등 일반 개발자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심의 수수료 책정과, 오픈 마켓에 공개된 콘텐츠를 모바일이나 온라인 플랫폼으로 출시할 때의 중복 심의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방안은 현재 애플이 하고 있는 것처럼 운영사가 직접 자체적인 심의를 하고 게임위는 심의 기준을 제공하고 모니터링을 하는 방안. 다만 이렇게 될 때에 심의에 대한 책임을 운영사가 져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게 되며, 심의가 각 회사별로 동일한 기준으로 진행되느냐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 방안은 따로 심의 신청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서비스하는 방안. 게임위는 사후 문제성 있는 콘텐츠에 대한 단속을 벌이게 된다. 현재 인터넷이나 방송에 대한 심의와 마찬가지 방식인데, 대신 이렇게 되었을 때 게임위에 대량의 콘텐츠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또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콘텐츠가 유통될 때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진다는 단점이 있다.


ㅁ 서비스사 자율규제도 가능하다


컴투스의 이선 이사는 오픈마켓 서비스 운영사가 자율심의를 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오픈마켓에 등록할 때 게임위에서 정한 심의기준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짜피 등록 심사는 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기준을 추가하는 것에 비용이나 인력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특히 오픈마켓의 특성상 TOP 순위에 들어야 수익이 큰데, TOP 순위에 들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추천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게임이 있다면 그런 과정에서 드러나게 되고, 설령 TOP 순위에 올랐더라도 밖으로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운영자의 빠른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운영자의 즉각적인 조치가 일어나면 수익을 기대하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애초에 개발할 이유도 없어진다는 의견이었다.


다만 중소 규모의 오픈마켓이 범람할 경우 무분별한 유통으로 수익만을 추구하는 곳도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전체 서비스 중지 등 강력한 패널티 규정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ㅁ 등급평가 공인제도 검토 필요


한국게임산업진흥원 김민규 정책기획본부장은, 그동안 콘텐츠의 창작과 시장의 유통이 사회적으로 공인된 그룹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전제로 콘텐츠 심의제도가 출발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심의제도의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게임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모르기 때문에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


운영사 자율규제도 가능하긴 하나,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도 없고 자율심의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도입되었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이를 보완할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며 '등급평가인 공인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게임위가 등급평가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를 공인하고, 운영사는 공인된 평가인을 고용해 심의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는 '등급평가인 공인제도'를 통해 운영사 자율심의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ㅁ 게임물 제공중개사업에 대한 정의가 우선되어야


NHN 최승훈 실장은 심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접근하기 이전에 '게임물 제공중개사업'에 대한 정의와 책임과 면책에 대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의 게임물제공중사업자와 국내 게임물제공중개사업자가 한국 시장에서 동일한 등급분류 기준 및 절차를 적용받아야 하며, 플랫폼 별로 서로 다른 심의제도가 적용받아서는 곤란하다며 우려를 나타내었다.


등급분류에 대해서는, 심의신청은 게임물 제공중개사업자가 등급분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는 입장. 심의를 게임위가 모두 하기 어렵다면, 자율 심의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해외 자율심의 시스템들을 볼 때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호주의 OFLC와 같은 공동규제시스템, 공인등급평가인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승훈 실장은 오픈마켓 게임 등급분류는 일반 등급분류의 특수한 영역의 문제로, '기존 등급분류와 분리해 생각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게임법의 틀 및 개정 방향 안에서 충분히 해결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작 오픈마켓에 대해 고민할 부분은 '얼마나 신속하게 심의가 이뤄지느냐', '판매를 확신할 수 없는 게임물에 합리적인 심의수수료는 얼마인가'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사회를 맡은 유승호 교수가 '게임위가 이례적으로 먼저 나서서 이런 세미나를 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둔 것처럼, 이번 세미나는 모든 문제의 명쾌한 해답을 얻는 자리는 아니었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여러가지 방안을 찾기 위한 과정의 첫걸음이라는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며 게임위의 이런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오픈마켓' 심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집중하다보면, 오픈마켓과 다른 플랫폼의 심의 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같은 게임인데 오픈마켓으로 제공될 때는 자율심의를 받고, 그게 아닐 때는 심의신청을 해서 게임위가 심의를 한다면 이상한 일이다.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앱스토어는 심의를 어떤 방식으로든 받는데, 이를테면 파푸아뉴기니에서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앱스토어의 게임은 심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문제도 여전하다.


심의 방법이 마련된다 한들, 애플이 끝까지 한국 심의 못받겠다면서 게임 카테고리를 닫아두는 경우는 어떨까. 유튜브에 한국 국적으로는 동영상을 올리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디지털 콘텐츠 유통이 글로벌화 된 시점에 온라인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만 해외와 담을 쌓는 결과도 예상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사이버대학 곽동수 교수가 세미나에서 '주소지를 양천구 베버리힐스로 해놓고 앱스토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고백한 것처럼, 아무리 담을 쌓아도 디지털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유튜브에 한국에서는 동영상을 못올려도 청와대는 계속 대통령 연설을 올리기로 한 것과 같은 아이러니가 게임 쪽이라고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현재의 게임 환경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국내와 해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플랫폼의 경계마저 사라지는 추세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이 중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진 하나의 예일 뿐이다.


결국 오픈마켓 심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는, 경계가 사라진 온라인 디지털 게임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에 어떤 식으로 심의를 접근해 나갈 것인가를 풀어내야 온전히 풀리는 문제일 것이다. 당장 급해서 오픈마켓을 어떻게 할 것인가만 생각다가, 차후에 또다른 온라인 게임 제작, 유통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법과 제도가 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관련기사 : 언제까지 쫓아가기만, 심의수수료 조정안을 보고

☞ 관련기사 : 온라인 게임강국의 쇄국정책? 부족전쟁 차단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