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이야기


어린 시절 재믹스 게임기를 가지고 있던 친구에게 빌붙어 아부하며 어떻게든 한판이라도 더 즐겨보려고 바르작거리던 꼬마는 그 버릇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랐나보다. 워해머 광이었던 프랑스 친구와의 우정은 그 친구가 다른 도시로 이사가던 해 여름까지 지속되었고, 당시 자주 다니던 파리 15지구의 게임 클럽에 기록된 기자의 기록은 33전 1승 31패 1무승부가 되었다. 아마 그 기록은 아직도 클럽에 가면 남아있을테니, 인연이 닿는 분은 어쩌면 클럽에서 기록되어 있는 방문자의 전적 노트에서 기자의 전적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처절한 연패 기록을 남긴 채 11년이 흘렀다.



그 시절, 기자는 워해머가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즐거운 보드게임인 줄 알았다



거의 누구나가 기다리는 게임


이제 게임계의 동향에 대해 약간이라도 감지할 줄 안다는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워해머 온라인(Warhammer Online)이 오픈베타 서비스를 개시하는 날이야말로 진정한 게임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오리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중 대부분은 워해머의 세계가 무슨 기반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오래된 역사 속에서 움직이는지 알고 있지는 않다. 아는 것이라고는 단지 워해머의 세계가 이전에 출시된 다른 정통적 MMORPG에 비하여 약간 밝고 명랑한 판타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피규어 보드게임이 기반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밝고 개그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된 워해머의 세계. 그러나 사실 워해머의 세계를 이루는 중심축의 역사적 이야기와 그 분위기는 절대 개그스럽거나 가볍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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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이게 어디가 밝고 명랑한 판타지같은가




그것은 악마의 피로 물들고 마법사의 어둠이 지배하는 황량한, 세기말적 혼돈이 지배하는 황량한 시공간이라고 보는 것이 차라리 옳을 것이다. 보드 게임 워해머의 기본은 피규어(일반적으로 3~5센티의 높이)들로 구성된 일개 부대 규모의 말들을 움직여, 상대 게이머와 자웅을 겨루는 게임이다. 이를 위한 전략과 전술, 상대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사석(死石) 포진이나 소수 정예유닛으로 구성된 별동대의 운용같은, 상대와 겨루는 일을 골자로 삼는 모든 일들은 따로이 이를 위해 준비된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블리자드 사에서 발매되어 인기를 끌었던, 그리고 지금도 끌고 있는 스타 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과 워해머가 크게 틀린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세계관의 형성과정일 것이다. 블리자드 사에서 제작한 게임들은 선임기획자나 전속작가가 세운 확고부동한 시나리오의 골격 위에서, 자잘한 스토리를 붙여나가며 단단한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그러나 워해머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것은 워해머의 태생과도 관련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골치아픈 것은, 워해머의 세계관이 20년이 넘는 기간을 두고 꾸준히 다듬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워해머와 워해머40k의 국제 토너먼트를 치루는 모습. 예선이라서 디오라마가 어딘지 좀 휑해 보인다



블리자드 처럼 많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일관성있는 이야기를 엮어낸 것이 아니라, 게임의 룰이 다듬어지는 사이 자연적으로 그에 걸맞는 스토리를 창출해 낸 것이라는 소리다. 예를 들어 그 중에는 유명 게이머의 군대가 거둔 공식 토너먼트의 역전극 스토리가 게임 스토리에 차용된 것도 있고, 그 스토리의 차입을 위해 당대의 이름난 시나리오 작가들이 머리를 맞댄 적도 있다(고 한다. 친구녀석에게 들을 때는 누군지 알고 있었지만, 11년이 흐른 지금 그 게이머의 이름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것은 적어도 기자에게는 무리다).


그렇기에 이제와서 초창기의 워해머 스토리는 이랬다 저랬다 왈가왈부 하는 것은 우스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통으로 인정받고 있는 워해머의 세계관을 알아보기 위해선 어느 정도 열심히 뜯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책으로 발매될 정도로 정사로서 인정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방계의 야사인지는 불확실하더라도 말이다.


[관련기사] 워해머의 기원, 블리자드 게임의 모티브



워해머의 창세기


워해머의 역사는 시간의 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헤아릴 수도 없는 고대, 창세의 이전 어느 시기엔가 비밀의 마법을 익힌 마스터들이 존재했고, 그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알맞게 세계를 리모델링에 가까울 정도로 뜯어고치려 들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지금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그 거대했던 공사가 끝날 무렵 고대 마법의 마스터들은 일제히 사라져 버렸다.


그들이 사라짐에 따라서 이제는 통제에서 풀려나버린 거대한 마법 에너지의 파도가 밀려와 세계를 덮쳐버렸고, 그로 인하여 터져나온 대혼돈의 에너지 속에서 인간과 엘프,드워프 등 아인종과 대다수의 몬스터 종족이 이 시기에 등장하였다. 뒤 이어 악마들이 혼돈 속에서 속속들이 풀려나왔고, 악마들이 나타남과 동시에 먼저 등장했던 종족들 사이에서 적대와 증오가 싹터오르며 전쟁이 벌어졌다. 주동이 된 악마를 포함한 모든 종족이 예외없이 참여한 이 거대한 전쟁은 무려 몇 만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지속되었고, 대부분의 문명과 종족이 파멸하고 소멸되었다. 이것이 바로 고대 전쟁이다.


피와 살육 속에서 이어진 이 몇만년의 세월 속에서 그들의 종족들 가운데 일부는 전쟁의 영향으로 인해 점차적으로 멸종해 갔고, 또다른 일종은 변이되었다. 전쟁은 참혹한 상처를 남겨둔 채 어슬렁어슬렁 사라져 갔지만, 당시 증발해 버린 종족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살아남은 종족들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두번 다시 메울 수 없을 정도로 깊이 파여버린 흉터 투성이의 겉모습이었고 전쟁의 씨앗은 단지 가라앉았을 뿐이다. 그것은 이제 사라질 수 있는 성질의 무엇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기나긴 전쟁의 지속으로 인해 심각할 정도로 분열되어 있는 워해머의 세계를 살펴보자.



피규어만 보면 코믹스럽다. 그러나 막상 우리가 피규어 입장이 된다면? 그때도 개그일까?




살아남은 종족들. 그러나 전쟁은 계속된다



엠파이어 : 인간이 구대륙에 세운 국가적 공동체 가운데 가장 큰 국가이다. 땅끝의 산맥부터 바다 끝의 바다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북쪽의 검은 산맥부터 남쪽의 키슬레프까지 장악하고 있는 국가이다.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국가의 영토가 대부분 척박하기에, 엠파이어의 거주민들은 거의 모두 강인한 군인이거나 끈질긴 전사들로서, 거의 무신경에 가까울 정도로 맹목적인 복종심으로 파상적인 일제돌격을 통하여 적들을 물리치곤 한다. 그들의 기병이 장비한 무장의 수준은 매우 믿음직스럽고, 넓은 영토에 걸맞는 많은 군대를 가지고 있다.




엠파이어 제국의 장군




브레토니아 왕국 : 브레토니아 왕국은 엠파이어와 로렌 숲 사이에서 회색산맥과 중앙해에 걸쳐 다스리고 있다. 브레토니아 왕국의 전사들은 "기사도"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주군에게 충성하고 약자를 도우며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들은 브레토니아 전력의 핵심을 이룬다. 브레토니아 왕국의 페가서스 기사단은 구대륙 최강의 돌파력을 지닌 공중 기사단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고대전쟁 당시 사용되어 아직까지 남아서 증축/보수되고 있는 고대 엘프의 수많은 건축물과 요새들은 그들의 군사력의 강화를 넘어, 이제는 문화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브레토니아의 페가서스 기사단




드워프 : 그들은 고대전쟁에서 엘프 일족과 적이 되어 몇만년에 걸쳐 사투를 벌였다. 고대의 드워프 왕국은 구대륙을 지배하는 진정한 패자였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요새들이 오크 족과 고블린, 그리고 수인족에 의하여 함락당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몰락은 시작되었고 그것은 엘프 일족과의 고대전쟁을 치루면서 극도로 가속화되었다. 오늘날 그들은 세상의 끝에 존재하는 산맥 아래에 공동체를 이루며 그들의 돌로 이루어진 국경요새를 오크나 고블린과 같은 그린스킨 일족으로부터 수호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항상 은둔 상태를 유지하며 몇천년 동안 세계 역사의 전면에 다시 등장하는 것을 아직 자제하고 있다. 단지 그들의 은신처를 벗어난 소수의 강력한 드워프 용병들만이 이종족의 눈에 띄일 뿐이다.




드워프 전사들




하이엘프 : 구대륙 서쪽 멀리, 울탄(울투안)섬에 살고 있는 하이엘프는 매우 어려서부터 전쟁에 대한 제반지식을 배우고, 부족 고유의 전투술을 수련받으며 자란다. 일설에 알려지기로는 대륙에서 가장 어린나이부터 일족 고유의 창술과 궁술, 검술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엘프들은 보병,궁병이 주축이 된 민병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훈련을 쌓은 기마대를 운용하고 있다. 비록 그들이 대륙에서 떨어진 큰 섬에 살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평화롭지 못하다. 그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그들의 이웃이자 사촌격인 다크엘프들과 울탄 섬의 패권을 두고 전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하이엘프의 집정관 토르 이브레스




다크엘프 : 다크엘프들은 엘프 방언을 사용하는 엘프의 일족으로서, 하이엘프와는 사촌 격인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어두운 피부색만으로도 하이엘프와는 쉽사리 구별된다. 다크엘프 일족은 악마의 진정한 힘을 엿보기 위하여 혼돈의 신과 저주의 계약을 체결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하이엘프가 가지는 거의 대부분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저주의 계약에 따르는 댓가로서 강력한 흑마법을 전수받았다. 그들은 남극대륙에서 악마와 싸워가며 강력한 저주의 계약을 체결하였고, 마찬가지로 극심한 전투 끝에 남극대륙을 탈출하여 울탄섬에 침입한 위대한 모험가들이자 선원들이다.




다크엘프 전사들




숲의 엘프 : 구대륙에 있던 엘프 일족들은 이제는 기록에서조차 희미해진, 과거 몇만년의 시공 속에서 펼쳐졌던 고대전쟁에서 드워프 종족과 전면전을 벌였고, 그로 인해 일족의 생존에 대한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그들은 왕국 체제를 구성해 내는데 성공하여 비록 그들의 문명이 대부분 대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대륙에서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그들 왕국의 정식명칭은 '로렌 숲의 엘프 왕국 아델'이라는 이름이다. 오늘날 숲의 엘프들은 극히 폐쇄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로서 이종족을 대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영토를 침입하려는 이종족에게 결코 사정을 보아주지 않는다.




숲의 엘프 궁기병대. 어딘지 익숙한...?




오우거 왕국 : 구대륙의 서쪽, 얼어붙은 산맥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이들 오우거 왕국은 대단히 야만적이다. 따라서 그들을 상대할 때에는 그들이 상당히 불결하고, 위험스러울 정도로 호전적인 종족들이며, 살육과 폭식을 즐겨한다는 식의 선입견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것이 대부분 옳기 때문이다. 그들은 군집하여 행동하는 사회성이 짙은 종족들이며 그 수효가 많기 때문에 대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일개 분대 이상의 무리를 이루어 행동한다. 따라서 그들과 길에서 엇갈리는 대부분의 이종족들(때에 따라서는 같은 종족일 지라도)은 자신들 역시 무리를 지어 이동하지 않는 이상에야 그들에게 살해당한 후 한끼의 식사거리가 되기 쉬우며, 그것보다 더 운이 없을 경우는 산 채로 그들의 식사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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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거 왕국 병사들




뱀파이어 공동체 : 숲에는 엘프만이 살았던 것은 아니다. 숲의 일족 가운데 특별히 불명예스러운 일을 떠맡아 몇천의 세기 동안을 진행해 온 부족, 뱀파이어 일족의 수효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언데드들의 수장 일족으로서 그들은 좀비와 해골병사로 이루어진 군대를 거느릴 수 있다. 그들의 마법적인 군대는 죽음을 기피하는 모든 생명의 또다른 선택으로서 존재한다. 그들 뱀파이어들은 마법적인 힘으로 인하여 아주 미세한 접촉이나, 아니면 전혀 손을 대지 않고도 목표를 격살할 수 있다.




뱀파이어 일족의 네크로맨서. 이들을 상대하다 아군 유닛이 사망하면 곧 곤란에 빠지게 된다




언데드-무덤의 왕 : 남쪽의 거대한 대륙에는 모래의 제국이 있다. 그곳을 다스리는 것은 무덤을 다스리는 불사의 왕 '네헤크하라'이며 그의 인민들은 모두 언데드들이다. 그의 관할에 있는 군대는 모두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노예들로서, 그들이 받드는 왕 네헤크하라의 불사성을 지키기 위하여서라면 무엇이든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다. 죽음도 그들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뱀파이어 공동체의 군대와는 다른 의미에서, 그들은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의 노예들에게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성이나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군대를 편성하고 있는 단위조직의 부대부터는, 반드시 하나 이상의 리치(언데드 마법사)가 그들을 지휘해야만 한다.




해골기사로 이루어진 스컬레트 기사단




혼돈의 연맹 : 크게 뭉뚱그려 혼돈의 연맹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연맹은 혈신을 숭상하는 네 개의 연합체의 통칭이다. 가장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콘느(Khone) 연합 외에도 연맹을 구성하는 세개의 연합체는 각각 너글(Nurgle), 슬라네쉬(Slaanesh), 찌엔츠(Tzeentch)라 부르며 고유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콘느(Khorne)의 역사는 많은 방랑유목민들의 부족공동체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호전적인 투사들은 혼돈의 경계 너머에서 유목하며 살고 있었고, 구대륙에서는 "혼돈의 비애"라고 알려져 있다. 이 유목민들 가운데 전사의 계급은 일년의 대부분을 약탈로 지새운다. 거의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그들, 세계 최강의 기마병의 약탈 대상은 엠파이어 뿐만이 아니라 오크 왕국이나 만리장성 너머의 카타이까지 달한다. 악마의 무자비한 시험을 통과한 각 부족의 챔피언은 전사 중의 전사로 대우받아 혼돈신의 의지를 이어받은 "혼돈의 대리인"으로 불리우며, 악마와의 계약을 완료하는 대로 각자 악마들로 구성된 단위부대 하나를 지휘하여 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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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보스 슬로리스(Slaurith). 이쯤 되면 이제 개그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수인족 : 본래는 호인족이나 조인족같은, 반인반수족을 통칭하는 단어였지만 그들 거의 전부가 고대전쟁으로 괴멸적인 타격을 입거나 멸족되어 사라진 지금, 이 단어는 압도적으로 그 수를 늘려 세계의 지하를 점령한 웨어래트 일족(쥐인간)을 일컫게 되었다. 고대 전쟁 말기에 이르러 수인족은 하수도와 지하묘지들을 중심으로 지하세계를 지배하며 번성해 나갔고, 천년을 넘게 이어진 그들의 증식에 무관심했던 도시들은 그들에게 침략되어 멸망하였다. 질병을 무기로 삼는 그들의 전사들 가운데 에쉰 족의 "흑사 수도회"가 가장 유명하며, 오늘에 이르러서는 마법과 오염물질을 섞어 배양하는 각종 뮤탄트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수인족의 테크노메이지가 제작한 '질병투척기'




오크와 고블린 : 늪지대 깊숙한 곳, 가장 깊은 곳는 오크족과 고블린들이 살고 있다. 오크 부족과 고블린 공동체는 살아남기 위한, 그리고 가로막는 모든 것을 날려버리기 위한 부족 연합체를 구축하고 있는 상태이며 그 단합은 매우 공고하다. 그들은 적을 찢어버리기 위하여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한다. 손에 들고 있는 거대한 한손도끼부터, 옆에서 활을 쏘는 아군에 이르기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떠한 것이라도 가리지 않으므로, 투석기에 고블린을 담아 적의 성 안으로 쏘아버리는 것은 아군의 침투를 위한 하나의 전술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남아있는 고대전쟁의 기록 가운데, 브레토니아의 왕이 쓴 일기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도끼를 든 오크족이 수비하는 요새는 정면공격이 불가능하다." 천만다행스럽게도, 오크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도끼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생긴건 코믹한데 하는 짓은 엽기적인 나이트(Night) 고블린



오크 1개 스쿼드




리자드맨 : 리자드맨들은 인간이나 드워프, 그리고 엘프들이 구대륙에 뿌리내리기 훨씬 전, 혼돈이 워해머의 세계에 침투하기 전, 비밀 속에 사라진 고대의 마스터들이 세계를 리모델링하려 들기 훨씬 전부터 남대륙의 정글을 지배하고 있는 냉혈한 종족이다. 그들은 참혹했던 고대전쟁에서 승리를 통하여 살아남은 몇 안되는 종족 가운데 하나인데, 그들이 고대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그들과 상대했던 종족은 철저히 말살되어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제물의 심장을 도려내어 제사를 지내는 아카식 피라미드까지 축조했던 이 위대한 문명은 어떤 신비스러운 이유로 인하여 대부분 사라져 버렸지만, 정작 문제는 고대 전쟁이 끝난 지금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부족들에 의하여 그들의 영토인 남대륙의 정글지대를 침범하는 종족들에 대해서 이 말살의 철칙이 엄숙히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태고에 번성했던 공룡에서 모티브를 딴 듯 하다. 스샷은 리자드맨이 부리는 랩터




용병단 : 가혹하기 그지없었던 고대전쟁이 세계를 쓸고 지나갈 때, 스스로의 목숨을 금으로 환산하는 전쟁의 프로페셔널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어느 하나의 세력이나 부족에 전적으로 소속되지 않으며, 단지 금을 지불하는 고용주를 위해 전투를 벌인다. 전쟁과 전투에 능숙한 몰락귀족 출신의 몇몇 장군들이나 해적 선장들이 이 도적 출신이거나 해적 출신의 용병대를 모험 속으로 이끌고 있다. 금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들만이 아니기에, 그들의 구성원은 흔히 인간들만이 아니라 모든 종족에 걸쳐져 있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드워프들이 오크와 등지고 서서 엘프를 보호하며 거인과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용병단을 고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이다.


거인족 : 몇천년 전, 거인족들은 이리저리 찢겨져나간 회색산맥의 바위산 꼭대기에 살았다. 그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괴력을 지니고 있어서, 구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성문도 그들이 던지는 바위를 서너번만 맞으면 그대로 깨어져 나가고 말았다고 한다. 오우거왕국이 회색산맥을 점령하기 위해 몰려왔을때 전쟁이 벌어졌다. 거인족은 더 힘이 셌고, 오우거들은 왕국을 이룰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무시무시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타이탄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알려졌던 거인족들도 산맥의 골짜기를 메우며 밀려오는 오우거를 막지 못해 대부분 멸족당하고 말았고, 간신히 살아남은 몇몇 거인들은 산을 내려와 달아났다. 황야로 달아난 거인들의 대부분은 갈증과 허기에 지쳐 죽어갔지만, 그 가운데 운좋은 몇몇은 황야를 떠돌며 일거리를 찾던 용병단과 마주쳤고, 용병단에 가입하여 종족을 다시 꾸려나갈 수 있게 되었다.




거인족은 오직 용병단을 고용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유닛이다



대략 보면 알겠지만, 이 게임의 기본구조는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것도 보통 이삼년만에 종전되는 전쟁이 아니라, 기본 단위가 천년은 우습고 수만년도 가뿐하게 넘어가는, 종족 간의 메우기 어려운 골을 파놓고 있는 그런 말살전쟁이다. 여기 등장하는 징한 싸움꾼들은 앞으로도 사만년을 넘게 싸울 것이고, 이는 그대로 워해머 40000(Warhammer 40000)의 스토리로 이어진다. 그 중간의 사만년을 채우는 것은 누구겠는가? 그것은 바로 게이머의 몫인 것이다!!


워해머 세계의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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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듯한 지도. 자세히 보고 싶으면 클릭!!



지도를 가만 살펴보면 어딘지 낮익은 구석을 찾아볼 수 있다.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아랍 지방을 비롯한 많은 지방을 생략하거나 뭉개버리고 위도와 경도가 비틀린 지구본을 똑바로 편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대륙이라고 일컬어지는 엠파이어와 브레토니아는 북유럽과 중유럽에 해당하고, 그 아래의 로렌 숲은 에스파니아와 이탈리아를 합쳐버린 듯 하다. 황무지라고 표기되어 있는 부분은 이스라엘 부근이고, 서아프리카 부분에 아라비아가 있다. 여기 나오는 이 아라비아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아니라, 고대 페르시아 왕조와 훈족을 대충 합친 분위기라고 보면 된다.


잘 찾아보면 니폰(일본)도 있다. 그 윗부분, 만리장성 아랫부분에 인드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 카타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는 일본을 지팡그, 중국을 카타이라고 표기한 문장이 있다. 그렇다면 탐욕과 야만에 불타는 오우거 왕국은 어디일까? 197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자유의 적이자 만악의 근원으로서 세계를 적화하려는 야욕에 불타는 탐욕스러운 존재들을 바로 소비에트 연합. 즉 현대의 러시아라고 지목했다. 지도 상의 오우거 왕국은 바로 러시아다.


워해머의 지도는 변형이 심하여, 한반도는 대충 뭉개진 채 어디 낑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워해머 온라인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의 스토리에 위배된다고 목청높여보아야 소용없는 것이, 워해머의 스토리는 이것저것 가져다붙이기가 너무나도 편한데다가 실제로 그렇게 가져다 붙인 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 이제 양손을 깍지를 끼자. 그리고 기다리는 거다. 워해머가 대한민국에 들어오는 날, 이 정보에서 한반도가 구현되는지, 무엇이 무시되는지, 그리고 어디가 변형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기재된 종족은 2006년 10월22일에 열린 Brighton Warlords 토너먼트의 공식 종족들임을 밝힌다


iNVEN 대남 - 남중훈 기자
(dainam@inven.co.kr)